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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방역시설, 이제는 시스템이다.

- 시설과 더불어 운영 매뉴얼의 정착 및 실행이 우선
권 성 균 원장 / 애플벳동물병원

1. 시작하며

 

지난 5월 홍천에 있는 양돈장에서도 돼지의 흑사병이라고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였다. 양돈장으로는 22번째이다. ASF가 발생한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경우와 비교해 보았을 때 국내에서도 추가로 더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드디어 말 많던 ASF 관련 8대 방역시설이 전국적으로 설치되도록 하는 법이 의무화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대 방역시설과 관련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 공포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라 8대 방역시설 설치가 전국 모든 양돈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설치 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이고, 가장 논란이 많던 폐기물 관리시설(폐사체 보관시설)은 1년 더 연장하여 2023년 12월 31일까지 설치해야 한다. 다들 아시다시피 8대 방역시설은 (1) 외부 울타리 또는 담장, (2) 내부 울타리, (3) 입출하대, (4) 방역실, (5) 전실, (6) 물품반입시설, (7) 방조망. 방충망, (8) 축산 관련 폐기물 관리시설 등이다.

 

2. 양돈장 운영 시 제일 중요한 차단방역

 

양돈장을 운영할 때 제일 중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첫째. 차단방역, 둘째. 차단방역, 셋째. 차단방역이다. 이것은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교수로 있던 존 카 박사가 한 얘기이다(지금은 호주에 살고 있음). 필자도 존 카 박사의 말에 100% 동의한다. 양돈장에서 돈사시설, 사양관리, 환경 모두 중요하지만, 생산성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질병이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차단방역이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필자는 ASF와 관련하여 차단방역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정부의 8대 방역시설에 대한 농장들의 설치에 대해서 동의한다. 8대 방역시설 중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전실은 정부에서 많이 양보한 관계(차단벽 대신 가로/세로 1m 이상의 발판이나 평상 구조물도 인정)로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축산 관련 폐기물 관리시설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필자가 관리하거나 주변 양돈장들은 8대 방역시설에 대한 설치를 모두 잘(?)해 놓았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입출하대(사진 1)부터 내부 울타리(사진 2), 방역실(사진 3), 전실(사진 4) 등을 잘 설치 하였다.

 

3. 방역시설 설치 후 운영의 중요성

 

일단 지자체에서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고, 농장 방문하여 확인까지 하니 잘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농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시설을 사용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그림 1)과 같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양돈장에서 PED 발생이 의외로 많이 발생하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21년(37개) 대비 22년 6월(156개)까지 발생 농가 수가 4배 이상 증가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8대 방역시설을 설치한 농장의 비율이 높아졌음에도 PED 발생이 증가하였다. 왜 그럴까?

 

 

필자는 농장에 설치된 방역시설을 관리자들이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시설은 시설대로 관리 운영은 따로 하였기 때문이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농장에 가서 컨설팅하면서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얘기할 때 농장에서 대책을 아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시간, 사람, 비용 문제를 얘기하면서 실행하기가 곤란하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또는 바로 실행하겠다고 하고 난 후에 다음 방문 때 보면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다른 건 제쳐두고 출하대 관리만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외부 질병의 대부분은 출하차량이나 돼지 운반차량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출하대 관리는 출하대를 농장 외부에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관리자들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 출하 관리자들은 출하 후 곧바로 돈사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출하 시 착용한 작업복, 장화, 장갑을 교체하거나 완전 소독 후 돈사로 들어가야 한다.

 

이외에도 출하차량 기사와 접촉 금지, 차량에 들어간 돼지의 돈사 재진입 차단 같은 행위도 매뉴얼화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출하대 관리가 정말 잘 된다면 병원체에 오염된 출하차량이 농장에 들어와도 농장 안으로 병원체가 들어갈 수 없다. 다시 말하면 8대 방역시설이 잘 운영된다면, 8대 방역시설이 시스템으로 작동된다면, 농장 마당(돈사 바깥)에 ASF바이러스가 있더라도 농장 내부로 ASF바이러스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다른 축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양돈업도 시설 장치산업이다. 시설 장치산업은 시설만 갖춘다고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시설에 맞는 매뉴얼을 적용하고 실행해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양돈장에서 차단방역도 마찬가지이다. 차단방역시설만 만들어 놓는다고 차단방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매뉴얼은 디테일해야 한다.

 

 

(사진 5)은 돈사에서 신는 장화이다. 2개 장화의 바닥을 보면, 하나는 홈이 파여 있고 하나는 평평하다. 왜 그럴까? 국내 양돈장의 작업 장화는 대부분 홈이 파여 있는 장화이다. 그런데 오염물이 묻는 양과 세척/소독의 편의성은 어는 것이 더 나을까? 양돈 선진국인 네덜란드 양돈장의 장화들은 대부분은 바닥이 평평한 장화들이다. 괜히 양돈 선진국이 아닌 것 같다.

 

시설과 운영 매뉴얼 관련하여 적당한 예가 되는지 모르겠으나 인도의 ‘클린 인디아’ 캠페인 얘기를 해보겠다. 다들 알다시피 인도는 화장실이 부족하고, 노상 방뇨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난 2014년부터 인도는 환경개선 정책 중의 하나로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하여 노상방뇨를 하는 국민에게 1억개 이상의 화장실을 보급하여 전 국민에게 충분한 화장실을 제공하겠다고 하고 실제로 인도 전역에 화장실을 설치 및 보급하였다. 그러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예전처럼 노상에 볼일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클린 인디아’ 캠페인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힌두교에서 사람의 대변을 불결하게 여겨서 집안에서 볼일을 보는 것을 꺼리게 하여 노상방뇨를 하게끔 하는 관습이 아직 남아 있어서이다.

 

필자 생각에 클린 인디아 캠페인에서 화장실 설치 및 보급도 중요하지만, 위생적인 관점에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과 사람의 대변이 불결하다는 힌두교의 관점이 옳지 않다는 의식 개선 교육을 먼저 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양돈농가 중에서 차단방역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잘 알지 못하는 농장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단지 제대로 활용하고 실행하지 않는 양돈장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분들이 제대로 잘 활용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4. 마치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차단방역은 시설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잘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국가 방역을 책임지는 정부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정책과 관련하여 무슨 일이든지 강요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끔 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옛날 이솝 우화에서 외투 입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었다. 무조건 강압적으로 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아무튼 올해뿐 만 아니라 앞으로 일반 양돈장에서 ASF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8월호 91~95p 【원고는 ☞ applevet@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