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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미디어 23년 1월호, 한돈 전문 미트마케터를 육성하자.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필자는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에 자문·섭외는 물론 출연으로 참여했었다.

 

 

2018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방송작가나 유튜브 등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돈 스토리텔링 자료집’ 용역을 의뢰받아서 한돈의 역사와 인문학적 자료들을 정리했다. 마침 다큐멘터리(삼겹살 랩소디) 제작에 참여하게 되어 ‘한돈 스토리텔링 자료집’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이어서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삼겹살의 시작’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돼지와 돼지고기의 역사와 인문학적인 책을 쓰게 됐다.

 

미트마케터로 활동했던 사람이 왜?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한 역사와 인문학을 연구하고 삼겹살의 역사를 추적했을까? 필자가 삼겹살의 역사를 추적하게 된 것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에서 우리가 삼겹살을 좋아한 것이 삼겹살은 1970년대 일본에 등심과 안심을 수출하고 남는 값싼 부위여서 많이 접하게 되었다는 근거가 없는 소리를 했다. 심지어 우리의 양돈업이 전업화, 기업화된 것이 일본 자본에 의한 것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했다.

 

 

1970년대 삼겹살도 수출되었다는 걸 식육산업에 필자보다 먼저 종사했던 선배들에게 들었다. 일본 상사들이 대만에는 자본을 투자해서 대일 수출 양돈산업 기지화를 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일본 자본이 양돈장에 투자된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들을 황교익 같은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자료가 전무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한돈산업 내에서나 관련 학자들의 연구가 없으니 소설 같은 소리를 해도 일반인들이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돼지와 돼지고기의 역사, 인문학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대한민국 돼지산업사’와 ‘삼겹살의 시작’이었다. 두 권의 책의 가치를 인정받아서 ‘한돈 스토리텔링 자료집’ 용역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도 훌륭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 ‘한돈 스토리텔링 자료집’은 저작권에 문제가 있어서 일반인들이 교양으로 우리나라의 돼지와 돼지고기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대한민국 돼지 이야기’라는 책도 출판하였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유행이다.

스토리는 곧 히스토리 역사다. 한돈의 역사와 시대적 사명을 바로 아는 것이 한돈의 미래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는 돈가스가 일본의 근대사로 오롯이 이야기하고 대변하는 음식이라면, 미국이 대영제국인 영국을 이기고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수 있던 것이 영국 사람들은 홍차를 마시고, 미국 사람들은 카페인이 강한 커피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현대화, 한강의 기적, 농촌 공동체가 급격히 해체됨에도 산업화 속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돼지고기 삼겹살의 기름 에너지였다. 지친 노동 후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던 고향 떠난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는 삼겹살은 농촌 공동체 문화 속에서 행사, 잔치 때마다 함께 했던 돼지고기의 힘을 이어왔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가 성장하면 육류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우는 1960~1970년대에도 일소였다.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키우는 가축이 아니었다. 육류 공급은 성장이 빠르고 잡식성이라 잔반과 식품산업의 부산물로 사육이 가능한 양돈산업을 육성해서 노동자들에게 값싼 고기를 배불리 먹이는 것이 혁명의 목표였다. 수급 조절을 위해서 대일 수출을 활용했는지도 모른다. 이게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 시대에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에 플랜테이션 농업을 장려해서 농업 생산물을 본국으로 가져갔던 방식의 연장선에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

 

이런 정책은 지금까지 대성공이었다. 우리는 돼지고기를 소고기, 닭고기보다 2배 더 먹고 있다. 양돈산업은 쌀농사보다 생산액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저출산 고령화로 시장은 더 커지지 않는다. 삼겹살의 소주 한잔이던 시대는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23~25도였다. 16도인 소주는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개운하게 해 주지 못한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에는 다양한 요리 안주들이 더 잘 어울린다.

 

기후 위기, 전쟁 등으로 옥수수가격이 오르고, 동물복지 등으로 전 세계의 돼지 사육두수는 감소하는 추세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사육두수를 유지하고 있다. 돼지의 감소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돼지고기 공급 과잉이라는 단군 이래 처음 맞이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마케팅이란 수요 공급의 불안정에서 생겨냈다. 공급이 많은데 수요가 없으면 자신의 제품을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알려서 판매를 늘려야 한다. 이제 한돈은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판매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미트 마케터가 필요하다.

고기를 마케팅하는 건 일반 상품의 마케팅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고기는 복합 유기 생산체이다. 복합 유기 생산체란 현대자동차에서 소나타가 잘 팔리면 소나타만 생산하면 된다. 고기는 삼겹살이 잘 팔리면 돼지 한 마리를 도축해야 하고 돼지 한 마리는 삼겹살 이외의 기타 부위들도 고기로 생산하게 된다. 이걸 어떻게 균형 있게 판매하는가 하는 것이 미트 마케팅의 기본 개념이다.

 

일반적인 마케팅 이론 이외에도 고기 자체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필요한 분야다. 이제 더 세밀하고 세분된 미트 마케팅 시대에는 더 많은 미트 마케터들이 필요하게 된다. 한돈은 그래도 한우보다는 여건이 좋다. 메이저 한돈 브랜드들이 있어서 나름 열심히 훈련받은 한돈 마케터들이 있다. 메이저 한돈 브랜드들의 모기업이 사료회사들이라 우리 농업 분야에서는 가장 마케팅을 제대로 배운 경영층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돼지고기 잉여시대를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냐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미트마케터들이 필요하다. 미트 마케터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 과정을 한돈협회나 한우협회에서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가을에 농협에서 식육 마케터 양성과정 교육을 진행했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미트 마케터 식육 마케터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놀라운 성과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월호 101~104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