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한돈산업에서 주 품종으로 키우는 YLD는 햄·소시지 원료용으로 개량된 돼지라서 우리나라처럼 돼지고기를 생고기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값싼 육류의 공급을 위해서 키워왔다. 맛없는 품종이라도 생산성이 좋아서 개발해서 키웠던 통일벼 같은 돼지품종이다. ■ 우리나라에서 생산성이 나빠서 가격은 다소 비싸도 맛있는 돼지품종들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건 흑백요리사의 흑요리사 같다고 할까? 얼마 전 흑돈 1931(이 브랜드 네이밍은 필자가 했다. 1931년은 고(故) 방신영 교수가 처음으로 세겹살이라 단어를 책에 수록한 해로 삼겹살의 시작점이다.)에서 한국의 흑돈 일부를 소개하는 시식회가 있었다. 많은 화두를 세상에 던진 작은 나비의 날개짓 같은 행사였다. 필자가 바라는 건 품종간 맛의 차이나 선호도가 아니라 2차대전 이후 맛을 버리고 생산성 중심의 양돈산업이 이제 다시 맛 중심의 한돈산업으로 피보팅(pivoting) 해야 한다는 것이다. YLD는 미국도 EU도 칠레도 멕시코도 캐나다도 키운다. 아니 동남아 공장식 축산에서도 YLD를 키운다. 해외에서 값싼 YLD가 수입되어 점점 한돈 YLD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얼리지 않은 돼지
■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돈 삼겹살은 팔리지 않아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에서 미끼 상품으로 삼겹살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할인행사를 하고 큰 손실을 공급자가 부담하게 했었다. 그런데 최근의 할인행사는 육가공회사측에서 재고 소진을 하기 위해 먼저 요청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현상은 비계 삼겹살 미투가 터져서 아니 코로나 이후 가정 내 삼겹살 소비가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차지하는 수율은 10%대지만 판매금액으로는 40%가 넘어가는 삼겹살의 판매 부진은 육가공 업계에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그런데도 육가공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좋고 규모가 커져서 작업두수를 유지해서인지 돼지고기 도매시장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돼지고기 소비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비싸진 한돈 소비가 안 되는 것이다. 아니 경기가 어려워서 돼지고기 전체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돼지고기 소비는 자발적 소비와 비자발적 소비로 나눈다고 주장을 한다. 자발적 소비는 우리 스스로 원산지를 정하고 먹고 싶은 부위를 선택해서 식당이나 가정에서 소비하는 걸 말한다. 비자발적 소비란 구내식당 등 단체 급식이나 편의점 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