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돈산업을 위협했던 극심한 폭염과 고병원성 PRRS의 지속 유행, 그리고 전국적인 PED 확산은 2025년 상반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출하두수는 감소했고, 이는 지육단가 상승이라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과 국내외 정책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산업의 흐름을 흔들었다. 본 기고에서는 2025년 상반기 한돈시장 동향을 돌아보고, 하반기 주요 이슈와 농가 대응 전략을 제언하고자 한다.
1. 상반기 시장 리뷰 : 공급 감소가 이끈 돼지가격
2025년 상반기 한돈산업은 수급 불균형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전년 대비 출하두수 감소와 수입량 급감 속에서 돼지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소비 부진이 뚜렷해지며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2025년 1분기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1,079만두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하며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모돈수는 98만9천두로 0.7% 감소하였고, 배합사료 생산량은 4월까지 누계 기준 2.9% 줄었다. 이러한 지표는 농가의 자율적 감축과 질병 영향(PED, PRRS 등)에 따른 육성률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1~5월 도축두수는 800만7천두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한돈 평균 시세는 kg당 5,267원으로 12% 상승하였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명백한 공급 주도형 상승이다. 돈육 수입 또한 같은 기간 18.2% 감소해 한돈 가격 상승을 가속했다. 그 결과 1~5월 평균 시세는 5,267원/kg(탕박 기준, 제주 제외)으로 전년 대비 12% 상승하며,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5월 평균 가격은 5,812원/kg에 달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월간 가격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공급이 가격을 주도한 전형적인 시장 구조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소비시장은 둔화 양상을 보인다. 대형 육가공업체에 따르면 1분기 한돈 지육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급감했으며, 판매 부진으로 인해 상당 물량이 냉동 전환되었다. 유통 시장에서도 가격에 비해 판매는 따라가지 못하는 ‘고가-저수요’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재고 증가와 매출 감소가 현장 체감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고돈가 부담이 소비시장에 고스란히 전가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돈 가격은 높지만,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시장은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2. 하반기 주요 이슈 및 농가 대응 전략
(1) 소비회복 없이는 가격 하락 요인 상재
문제는 하반기다. 한돈미래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6~10월 출하두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2% 증가한 716만5천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상반기 출하 감소에 따른 공급 공백이 해소되며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공급 확대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5월 이후 돈육 수입량도 빠르게 증가하여 5월 수입량은 5만6천톤으로 전월 대비 14.6%, 전년 대비 9.3% 증가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공급 확대는 가격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비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기준선 100을 회복했지만, 외식과 정육점 유통은 여전히 부진하다. 국내산 냉장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10개월 연속 상승 중이나 실제 구매는 저조하고 일부 고가 부위는 재고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유통업계는 “5월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줄었고, 장마철 수요 위축과 더불어 하반기 성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2) 정부의 할당관세 정책과 원료육 수입 확대
돈육 수입량도 상반기 말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5월 수입량은 5만6천228톤으로 전월보다 14.6% 증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앞다리 부위는 전년 동월 대비 13.2% 증가하며 전체 수입량의 46.4%를 차지했다. 미국산 수입이 특히 두드러졌으며, 삼겹살과 목심은 전체 수입은 줄었지만, 냉장육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025년 하반기부터 적용한 ‘돼지고기 원료육 1만톤 무관세 수입’ 조치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산 뒷다리 부위가 정상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지 부족’을 명분으로 관세를 철폐한 이 결정은 하반기 돈육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5월 기준 국내산 돼지고기 재고는 4만4천톤으로 전년 대비 21.4% 증가한 상황에서 정부의 수입 확대는 가격 하락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냉장육 비중 확대와 특정 부위(삼겹, 목심) 중심의 수입 증가는 향후 국내산 판매에 직접적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3) 소비심리 반등 조짐과 변수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다. 6·3 조기 대선 이후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반등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여행·외식 등 체험형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통업계도 여름휴가 수요를 겨냥한 프로모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 소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를 한돈 소비회복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고온 다습한 여름이 예고된 가운데 구이용 부위 소비는 비수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수입육 할인판매는 소비 선택을 분산시킬 수 있다. 특히 삼겹살 소비 위축은 한돈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요소다.
(4) 질병 리스크와 생산성 저하
2025년 하반기 또한 질병 이슈 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공급 감소에 영향이 조심스럽게 예측이 된다. 2025년 1분기 한돈팜스 데이터를 보면, PSY와 MSY는 전년과 같지만 이유 전·후 육성률은 각각 88.7%, 86.7%로 최근 4년간 가장 낮았다. 이는 고병원성 PRRS 등 질병의 영향으로, 실제 국내 유행 중인 NADC34-like PRRS는 자돈 폐사 및 유산 등 생산성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성 저하는 단순히 출하두수 감소로 이어질 뿐 아니라, 농가 경영 안정성에도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이다. 이에 따라 차단방역, 백신 접종, 위생관리 등 사양관리에 대한 농장의 대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5) 올해도 폭염 예고
전년보다 더위는 늦게 시작하였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를 넘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어 장기간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사료 섭취량 감소, 스트레스 증가, 번식성적 저하로 이어지며 생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장마철의 고온다습한 환경은 질병 발생 위험도 높이게 된다. 9월까지는 비교적 높은 지육단가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농장에서는 여름철에 다음과 같은 사양관리 전략이 추천된다.
첫째, 고밀도 영양 공급으로 사료 섭취량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에너지·아미노산 농도를 높인 고밀도 사료로 대체를 권장한다. 둘째, 기호성 개선 첨가제 및 어분 활용이 권장되며, 마지막으로, 급수관리 및 환경 개선을 통해 시원한 물 공급과 함께 냉방, 차광, 환기 설비 보완이 필요하다. 농장에서는 단기적 비용보다 중장기적 생산성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 투자와 대응이 요구된다.
3. 하반기 전망
2025년 상반기 한돈시장은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강세가 나타났지만, 하반기는 출하 증가, 수입 확대, 정부 정책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격 하락 요인이 누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비회복은 아직 제한적이며, 유통 재고 누적은 시세 하락의 전조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6월 시세는 5,950원/kg 수준에서 정점을 형성한 뒤 8월 이후에는 5,400원/kg 내외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연평균 지육단가는 5,400원/kg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하반기 한돈시장은 ‘불확실성의 지속’이라는 구조 속에 있다. 농가는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적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 생산성 관리 강화와 구조 개선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농장의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응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7월호 68~7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