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스트레스(stress)’는 신체나 정신적인 자극에 의한 긴장을 말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을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하는데, ‘스트레스’는 이런 요인에 맞서거나 벗어나기 위해 생리적인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싸우거나 도주하는 반응)이다. 돼지는 야생에서도 기후적응이나 포식자에 의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겠지만, 가축화가 되면서 스트레스 요인은 더 많아지고 사양이나 시설의 현대화로 인해 요인의 다양화와 가중되는 양이 훨씬 증가하였다.
크게 몇 가지만 언급해보면 과밀사육, 인위적인 교배와 이유, 돈사 내 이동과 수송, 한정된 공간에서 환기 불량과 환경온도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관리자의 눈에 쉽게 관찰되는 것이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로 인한 현상이며 번식성적 저하 및 비육돈 증체 감소로 인한 밀사와 출하일령 증가이다.
2.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가 돼지에 미치는 영향
최근 양돈장들은 대부분 에어컨이나 쿨링패드 등 냉방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현대화시설이 갖추어진 양돈장은 단열까지 잘되어 여름을 보내기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여름도 길어지고, 더욱 더워지고 있어 여름철 번식성적 저하나 출하일령 증가는 불가피하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1).
돼지는 땀샘 발달이 미약한 동물이라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이동이나 이유 등에 의한 스트레스는 일시적이라 영향이 덜하지만, 고온 스트레스는 여름철에 장기간 지속해서 영향을 주므로 (그림 1)처럼 생산성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액 내 코티솔(cortisol,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함)이라는 호르몬의 수치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코티솔은 번식 관련 호르몬과 상반된 작용을 하여 수태율 저하, 유산증가, 포유량 감소 등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임신한 모돈이나 분만이 임박한 분만 대기돈은 미임신돈에 비해 코티솔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데, 고온 스트레스에 의한 코티솔 분비가 가중되어 이유 후 재귀발정일 증가, 미약발정, 유산이나 무유증 등이 나타나게 된다.
3. 여름철 고온에 따른 대응 방안
여름철 고온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와 체내 코티솔 수치 증가에 의한 생리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돈사 냉방 대책과 사료(에너지) 섭취를 증가시켜줘야 한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순 있지만 실제로 냉방 대책은 시설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 많은 비용투자가 있어야 하고, 사료섭취 문제는 냉방 대책과 더불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일단 어느 정도 최소한의 투자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료섭취 감소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1) 여름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물 섭취를 최대한 유도하는 것이다.
물은 체내에서 각종 영양소와 노폐물이 이동할 수 있게 해주며, 체온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체온유지에 있어서는 마치 자동차의 냉각수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여름철 물장난 등에 의해 슬러리양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음수량을 조절하거나 음수를 일정 시간 제한하는 농장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할 수 있다. 물은 사료섭취 유도에 필수적이며 고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실내온도를 더 낮춰서 물 허실을 줄일 방법을 찾고, 니플 등을 점검하여 더욱 원활하게 물이 공급될 수 있게 해주어야 바람직하다.
(2) 여름철에 적절한 첨가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첨가제를 활용하는 방법은 냉방시설의 개선과 함께 시행되면 더욱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킨다. 환경온도가 너무 고온일 경우, 사료섭취가 감소하므로 아무리 좋은 제재라 할지라도 사료에 첨가하는 것 자체가 효과가 미비하게 된다. 냉방시설이 부족하거나 효과가 떨어질 때는 여름철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첨가하여 섭취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사료를 섭취하게 되면 사료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한 분해 과정이 필수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때 동반되는 것이 ’대사열‘ 이다.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름을 넣고 엔진을 구동해야 하는데, 이때 기름이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엔진에 발생하는 것이 바로 열이다. 이것이 동물에 있어서는 ’대사열‘이라고 한다. 대부분 포유동물은 정온동물(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이므로 외기온도에 상관없이 적정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한데, 사료섭취로 인해 대사열이 증가하면 체온상승을 막기 위해 섭취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여름철에는 외기온도 자체가 매우 높으므로 체온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대사열 생산이 체내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건강한 개체에서도 사료섭취 감소가 거의 나타나게 된다. 사료섭취 감소를 예방하거나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외기온도를 낮춰주거나 체내 대사열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체온상승을 억제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앞에서 소개한 (표 1)의 기능성 첨가제 효과를 참고하여 첨가제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첨가제의 효과에 대해 제조사 실험자료 외에는 명확하게 검증한 자료가 부족하긴 하지만, 필자가 경험상 봤을 때 여름철에는 기능성 첨가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철 농장성적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4. 마치며
몇 년 전부터 겨울과 여름은 길어지고 그 강도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신의 영역이라 그에 적응해 나가는 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시설 투자로 냉난방시설과 단열을 업그레이드하고, 사양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항상 돼지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농장관리자의 노력만 더해진다면 여름철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6월호 112~115p 【원고는 ☞ genius9696@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