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7월에도 연신 휴대폰 긴급 문자가 울린다. 폭염경보라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내용이다. 사람이야 야외활동 자제하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나 그늘에 앉아서 체력 보충하고 쉴 수 있지만, 돼지는 정해진 돈사 이외에는 어디든 갈 곳도 없다. 땀도 흘리지 않아 살인적인 외부 온도에 대응하여 체온을 낮출 수도 없고 그나마 호흡으로 조절하지만, 시원한 물이라도 마시려면 서열 높은 돼지가 차지하고 있어서 그나마도 여의치 않다. 아래 내용에서 혹서기에 폐사가 집중되는 구간과 이유, 주요 부검소견에 관해 기술하고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기술해 보고자 한다.
1. 돼지 생애에서 더위를 가장 느끼는 시기는 언제일까?
더위에 가장 취약한 구간이 어디인지 파악해야 한다. 돼지는 여름철에 피부에 물을 적신 후 물이 증발하는 과정으로 열을 배출한다. 체중이 많을수록 대사에너지는 많아지므로 혹서기 때는 체중이 많은 모돈과 비육돈은 자돈보다 더 많은 열을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체중 대비 피부의 면적을(체표면적) 비교하면 체중이 많을수록 체표면적은 작아서 모돈, 비육돈이 더위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하다. 즉 더위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는 모돈과 비육돈에 집중된다. 매년 여름철마다 시청, 군청에서 나눠주는 비테인 제재는 모돈과 비육돈에 우선 첨가하라. 에어컨/쿨링패드와 같은 설비도 먼저 모돈과 비육돈에 설치하고 특히 모돈에는 분만사와 임신말기사를 가장 우선 투자해야 한다.
2. 어떻게 피해가 나타나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가?
A. 클로스트리듐 노비로(Clostridium. Novyi) 인한 급성 폐사
모돈의 경우 전구증상 없는 폐사가 주 증상인 클로스트리듐 노비를 예방해야 한다. 외부에서 유입되어 감염되는 질병이 아니고, 돼지 체내에 정상 세균총인 노비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빠르게 증식하여 알파 독소를 배출하고 이로 인해 급사로 이어진다.
보통 에어컨이 없는 분만사나 임신말기사에 에어컨이 있다 하더라도 비효율적으로 가동하는 농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폐사축이 빠르게 부패하는 게 특징인데, 여름 특성상 사후 반응과 구별해야 하며 부검 시 간 표면에 기포를 관찰할 수 있다. 만져보면 푸석푸석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기포 또한 사후 병변과 감별진단해야 하기에 폐사 후 빠른 부검이 원인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의사의 도움으로 부검 후 진단까지 이뤄질 수 있다. 모돈에서 주로 발생하나 비육돈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예방법은 노비균이 세균이므로 항생제를 사용한다. 보통 바시트라신을 많이 사용하며 분만 전과 분만 후에 사료 첨가로 사용하면 된다. 최근 노비를 예방하는 백신도 사용할 수 있으니 문제가 있는 농장이라면 백신 사용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길 권장한다. 경험상 여름 직전 1회 접종으로 효과를 보기 부족하며, 평소에 임신말기에 프로그램화해서 2~3회 접종되어야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돈사의 환경 관리이다. 결국 더워서 생기는 문제이니 비용이 좀 들더라도 에어컨을 설치하고 단열을 높이는 게 가장 우선적이다. 전기용량의 문제로 에어컨을 충분히 설치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모돈에 효율적인 냉방을 줄지 고민해서 튜브 환기나 스나웃 쿨링과 같이 국소적인 냉방 설비를 갖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
B. 위출혈로 인한 급성 폐사
돼지는 기본적으로 위궤양이 많은 동물이다. 더운 여름철에 사료 섭취가 불규칙하게 되고, 섭취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위궤양이 심해져서 위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전구증상은 없고 급성 폐사로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 분변이 붉게 혈액이 섞인 분변이 동일 그룹의 돼지에서 주로 보이기도 한다. 회장염이나 돈적리와 같이 혈변이 증상인 다른 질병과 감별해야 한다.
폐사한 개체는 핏기없는 모습을 보이며, 수의사의 도움으로 부검 시 위 내부에 혈괴가 가득 차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위출혈로 폐사한 개체에서도 장이나 분변검사에서 회장염 균이 검출될 수 있다. 헷갈리지 말자. 회장염 균은 대부분 농장에서 검출될 수 있다. 회장염으로 오인하여 항생제만 들이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위출혈을 완벽히 예방할 수 있는 첨가제는 없다. 가끔 양배추 추출물, 해초 추출물 등의 첨가제를 필드에서 보기도 하는데, 피해 정도를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돈사의 단열을 보강하고 밀사를 피하며 냉방시설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
C. 출혈성 장염으로 인한 급성 폐사
기본적으로 폐사 개체의 외관은 위출혈 개체와 유사하다. 출혈성 장염은 글자 그대로 Hemorrhagic bowel syndrome(HBS)이라고 하며, 육성돈 이상에서 1~4% 정도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주로 문제없던 아주 빵빵한 개체에서 발생한다. 신드롬이란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까지 명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사료 섭취의 불규칙, 음수 섭취 부족, 사료 입자도 문제 등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돈사를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정답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필자가 써본 방법은 이 HBS가 결국 정상 세균총의 과다 증식이 문제가 되므로 항생제를 일시적으로 이용하여 세균 수를 낮춰주는 작업을 한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나 하루에 몇 두씩 또는 몇십 두씩 멀쩡한 비육돈이 폐사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 힘들다면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사료 성상을 가공보다는 가루사료로 교체하는 것이 좀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HBS도 마찬가지로 위축돈보다는 멀쩡한 비육돈의 폐사가 주로 발생하며 항문 주변으로 타르색 분변이 보여서 회장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3. 시설적 보완방안
에어컨, 차광막, 쿨링패드와 같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농장 상황에 맞게 적절한 시설을 보완한다면 번식돈과 비육돈의 폐사는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미리 사육 공간을 확보하여 7~9월 출하돈의 경우 평소 사육두수보다 펜스별로 10% 덜 사육하길 권장한다.
4. 해열제 첨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끔 구제역 백신 스트레스 완화용으로 군청에서 나누어 준 해열제를 혹서기 때 지속해서 첨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해열제이지 더위 스트레스 저감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 해열제 구매할 비용으로 휀이라도 하나 더 사서 설치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8월호 90~94p 【원고는 ☞ iri99@hanmail.net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