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1산차 모돈이 여름에 더 힘들까요?
한돈농장을 경영하시는 사장님들을 만나보면, 최근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여름철 1산차 모돈 관리의 어려움이다. 우수한 유전 능력을 가진 모돈을 도입한 후 첫 자돈을 낳은 모돈들이 여름만 되면 이유 후 다음 교배로 넘어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비단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도 다산성 모돈을 사육하는 모든 양돈 선진국에서 겪는 공통적인 문제로, 해외에서는 이를 ‘계절성 번식장애(Seasonal Infertility)’라고 부르며 매우 중요한 관리 포인트로 다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1산차 모돈이 여름에 특히 취약한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한다.
첫째, 성장과 출산을 동시에 해내는 이중고 : 1산차 모돈은 아직 자신의 골격과 체조직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산성 유전 능력으로 인해 많은 수의 새끼에게 젖을 먹여야 한다. 이는 마치 청소년이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같은 극심한 에너지 소모 상태를 만든다.
둘째, 고온으로 인한 사료 섭취량 급감 : 더위는 돼지의 식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가뜩이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1산차 모돈이 더위 때문에 사료까지 먹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녹여(체지방, 단백질 분해) 젖을 만드는 ‘음의 에너지 균형(Negative Energy Balance)’ 상태가 극심해진다. 분만사에서부터 시작되는 관리가 중요한데, 이는 1산차 모돈의 다음 산차 성적은 이유 후가 아닌 분만사에서의 포유기간 관리에서 이미 결정된다.
2. 시원한 환경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1) 모돈 집중 냉방
모돈의 머리나 목 주변에 시원한 바람을 직접 쏘아주는 ‘스나웃 쿨링(Snout Cooling)’이나 얼린 물을 간헐적으로 모돈에게 떨어뜨려 기화열로 체온을 낮추는 ‘드립 쿨링(Drip Cooling)’ 설치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본다. 전체 돈사를 냉방하기 어렵다면, 모돈 만큼은 집중적으로 시원하게 해주면 좋겠다.
(2) 돈사 환기 및 단열
쿨링패드, 대형 휀 등을 활용하여 돈사 내 공기 흐름인 ‘유속’을 만들고, 돈사 외부를 단열재로 보강하여 외부 열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돼지는 땀샘이 없어 체온 조절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자돈 보온은 국소적으로
‘모돈은 시원하게, 자돈은 따뜻하게’가 원칙이다. 돈사 전체 온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보온등이나 보온매트를 활용하여 자돈이 있는 공간만 국소적으로 따뜻하게 관리해야 한다. 포유 일주일 내의 자돈이 아니라 열원이 없어도 편하게 활동하는 그룹들은 상태를 봐가면서 전원을 꺼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사료 섭취량 극대화 전략
사실 이 부분이 1산차 모돈 관리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 일일 사료급여 횟수는 최대한 나누어서 3~4회 급여
한 번에 많이 주는 것보다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주면 총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특히 가장 시원한 시간대인 이른 새벽과 늦은 저녁에 반드시 사료를 급여해야 하며, 유럽의 경우 1일 5회 급여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2) 죽사료(Wet Feeding) 급여
사료에 물을 섞어 죽처럼 만들어 주면 기호성이 향상되고, 수분 섭취에도 도움이 되어 섭취량을 20~30%까지 늘릴 수 있다.
(3) 신선한 사료 유지
더운 날씨에는 사료가 쉽게 변질한다. 사료조를 매일 청소하여 굳거나 곰팡이가 핀 사료를 제거하고 항상 신선한 사료를 공급해야 한다.
(4) 충분하고 시원한 물 공급
니플 유량(압력)을 반드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모돈이 니플을 눌렀을 때 1분에 최소 2L 이상의 물이 나와야 한다. 유량이 적으면 모돈이 물 마시기를 포기하게 되고, 이는 곧 사료 섭취량 감소로 이어진다.
(5) 전문가 Tip
1산차 모돈의 포유 기간 중 체중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상적인 체평점(BCS, 1~5점)을 기준으로 분만 시 3.5점이었던 모돈이 이유 시 2.5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4. 이유 후 ‘골든타임’ 관리
분만사에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 모돈은 이유 후 관리를 통해 확실하게 수태로 이어져야 한다.
(1) ‘플러싱(Flushing)’
‘플러싱’이란 이유 후 교배 시점까지 고에너지, 고영양 사료를 충분히 급여하여 난포의 성장과 배란을 촉진하는 기술이다. 이유한 모돈이 교배대기사에 있다고 하더라도 포유돈 사료를 하루 3.5~4.0kg까지 충분히 급여하여 발정이 강하게 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추가로 설탕을 하루 200g씩 매일 섭취할 수 있도록 사료에 탑 드레싱을 해준다.
(2) 웅돈 접촉 매일, 그리고 확실하게
이유시킨 직후부터 매일 1~2회, 15분 이상 웅돈과 직접 코를 맞댈 수 있도록 접촉시켜야 한다. 그냥 웅돈이 복도를 지나가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웅돈의 침 속에 있는 페로몬이 모돈의 뇌를 자극하여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3) 스트레스 최소화 및 쾌적한 환경
교배대기사 역시 시원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과도한 밀사는 투쟁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 시원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충분한 사료와 물을 먹으며 웅돈 접촉을 받으면, 대부분의 건강한 1산차 모돈은 이유 후 4~7일 내에 강한 재귀발정을 보인다.
5. 웅돈 및 정액관리
모돈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씨앗’인 웅돈과 정액 관리이다. 더위는 웅돈의 정자 생산 능력과 활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1) 자가 정액 채취 농장의 웅돈관리
웅돈은 고온에 매우 민감하여 한 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자 품질이 회복되는 데 5~6주까지 걸릴 수 있다. 어느 경우에는 회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2) 웅돈사 냉방이 최우선
웅돈사는 농장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어야 한다. 개별 에어컨이나 드립 쿨링, 샤워시설 등을 설치하여 웅돈의 체온을 적극적으로 낮춰줘야 한다.
(3) 정자 활력도 현미경 검사
여름철에는 정기적으로 정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정자의 활력(motility)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6. 액상유전자 구매 농장의 관리
외부에서 액상유전자를 받아쓰는 농장은 ‘온도관리’가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 전용 정액 보관고는 필수
액상유전자를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온도 편차가 심해 정자가 급격히 사멸한다. 반드시 정밀한 온도 제어(15~20℃ 내 유지)가 가능한 전용 ‘정액 보관고’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2) 수령 즉시 정액 보관고의 온도 확인
‘정액 보관고’는 직사광선을 보는 곳보다는 시원하고 그늘진 곳에 위치를 시킨다. 액상유전자가 농장에 도착하면 정액 보관고의 내부 온도를 확인해야 한다. 대략 17℃에서 크게 벗어난 보관고의 환경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매일 2회 이상 꼼꼼하게 내/외부의 온도를 체크한다.
(3) 부드러운 취급과 온도 순응
액상유전자는 사용 전 정액 보관고에서 꺼내 약 15~20분간 돈사 내 상온에 두어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도록 ‘온도 순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액상유전자가 담긴 포장팩을 흔들지 말고 부드럽게 1~2회 돌려주어 정자가 가라앉지 않게 해야 한다.
7. 여름을 이기는 농가의 비결
여름철 번식성적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지만,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이제 막 우리 농장의 미래를 짊어지기 시작한 1산차 모돈이 여름 한 철을 잘못 보내고 도태되는 것은 농장의 생산 기반을 흔드는 큰 손실이다.
이번에 살펴본 내용은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모돈과 웅돈에 대해서 ‘시원하게 해주고, 잘 먹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기본에 충실한 관리이다. 그러나 여름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는 이 ‘기본’을 지키는 ‘디테일’이 농장의 성패를 좌우한다.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무더운 여름으로부터 우리 농장의 생산성을 지켜낼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한돈농장 사장님들이 힘차게 이 여름을 이겨내 시길 기원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8월호 70~74p 【원고는 ☞ darby272@darby.co.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