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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소비시장(가정, 외식 등) 측면에서 보는 소비자들의 한돈 선택 추세(동향) 및 소비 확대 마케팅 방안 / 김태경 박사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농장에서 키워서 출하된 돼지는 사람들이 바로 먹을 수 없는 중간재다. 도축해서 지육으로 지육을 발골해서 부분육으로 부분육을 다시 요리가 가능한 정육으로 유통과정에서 변화를 보이는 특성이 있다. 1차 산업인 양돈산업과 2차 산업이 도축·가공산업 3차 산업이 유통과 외식산업 등 진정한 의미의 6차 연계 산업이다. 그래서 그걸 양돈산업이라고 하지 않고 한돈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명명한 것이다.

 

사람마다 한돈산업의 의미가 다르지만, 필자는 한돈농장에서 생산된 근육을 고기로 그걸 다시 메뉴로 만드는 모든 과정의 협력을 단순히 돼지를 키우는 양돈이란 의미를 넘어 한돈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두었다고 생각한다. 한우 관계자들이 한돈이 단순히 한우를 따라한 짝퉁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돈의 새로운 의미는 해방 이후 값싼 축산물의 공급이 국가사업이었던 시대를 넘어 품질과 맛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마음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1. 2024년 한돈농장의 수익은 높았다고 한다.

 

육가공회사들도 선방했다고 한다. 삼겹살 식당들은 곡소리가 났다. 12월 3일 계엄 이후 곡소리를 넘어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2024년 대한민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30.0kg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의 29.6kg보다 약 1.4% 증가한 수치다. 같은 해 닭고기 소비량은 15.2kg, 소고기는 14.9kg 수준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이들보다 약 두 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소비 돼지고기 소비 패턴은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도 여전히 통계상으로는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분명 내용 측면에서는 알 수 없는 변화가 생긴다. 2024년 육가공회사들은 안다. 과거 없어서 못 팔던 삼겹살이 적체가 심화하여 삼겹살 재고가 늘어났는데, 다행히도 뒷다리 소비가 늘어나고 가격이 상승해서 손익은 좋은 편이었다.

 

2. 2006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지육가격과 돼지고기 부위별 가격을 분석해 봤다.

 

2025년 3월 지육가는 5,345원/kg, 2006년 3월 3,508원/kg으로 52% 올랐다. 반면 삼겹살은 79%, 앞다리(전지)는 85%, 뒷다리(후지)는 75%로 지육가보다는 부위별 가격이 모두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인다. 3월은 학교들이 개학하는 등 뒷다리, 앞다리 소비가 늘어 나는 달이라서 인지 2006년 3월도 지육가 대비 앞다리는 127%, 뒷다리는 90%였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3월에는 뒷다리는 지육가 대비 각각 79%, 67% 앞다리는 지육가 대비 각각 140%, 161%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뒷다리는 코로나로 단체급식이 줄어든 현상이 가족으로 바로 반영되어 지육가 대비 80% 미만의 가격을 형성했다. 이런 낮은 가격은 지난 10~20년간 찾아보기 어려운 가격 하락이었다. 그래서 뒷다리의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한돈자조금에서 뒷다리 연구 용역을 수행했었다.

 

이상한 건 앞다리 전지의 가격이 2021년 3월 지육가 대비 161%로 높아졌는데 이건 가정 내에서도 삼겹살 이외의 앞다리 수요가 늘어나는 새로운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표 1)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수치는 2025년 3월 지육가가 역대 최고의 5,345원인데 뒷다리 가격이 5,531원으로 지육가 대비 103%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실질 소득의 감소를 비자발적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3. 돼지고기의 소비는 크게 자발적 소비와 비자발적 소비로 나눌 수 있다.

 

자발적 소비는 소비자가 원하는 특정 부위를 선택해 구매하거나 외식 시 메뉴를 고를 때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가 삼겹살이다. 소비자는 삼겹살을 구이용으로 선호하고 가격이 다소 높아도 맛과 만족감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기호와 수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소비가 자발적 소비이다.

 

반면 비자발적 소비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위가 가공식품의 원료나 정육세트 구성, 혹은 급식용 등으로 의도치 않게 소비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지(앞다리살)’나 ‘후지(뒷다리살)’는 삼겹살처럼 구이용으로 선호되지는 않지만, 햄이나 소시지, 장조림 등의 원료로 활용되면서 소비된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할 때 그 안에 어떤 부위가 들어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거나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러한 소비는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비자발적 소비’라고 한다. 결국 자발적 소비는 기호 기반 소비, 비자발적 소비는 공급 구조나 가공 과정에 의한 간접 소비로 볼 수 있다. 이 두 소비 유형은 돼지고기 전 부위의 소진과 가격 형성, 수익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 예를 들어 햄이나 소시지, 장조림용 고기 등을 구매하거나 섭취할 때, 그 안에 어떤 부위가 사용되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비는 대부분 비자발적 소비에 해당하며, 이는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단체급식, 구내식당, 편의점 도시락 등과 같이 메뉴 선택권이 제한된 소비 환경에서는 이러한 비자발적 소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소비자는 제공된 식사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며, 사용된 고기의 부위나 품질에 대해 알기 어렵다. 이와 같은 구조는 저가 부위의 효율적 소진이라는 산업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함께 불신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비자발적 소비가 지속해서 이루어지는 구조에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투명한 원료 공개, 그리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앞다리와 뒷다리살의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단체급식 영양사나 도시락 제조업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 등 다른 단백질 원료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로 인해 비선호 부위에 의존해 온 소비구조에서 수요가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뒷다리살 가격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한편 삼겹살 소비가 둔화하면 재고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게 되며, 이는 지육가 전체에 하락 압력을 가하게 된다. 지육가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뒷다리살과 같은 비자발적 소비 부위의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기 어렵게 된다. 결국 삼겹살 가격의 조정은 뒷다리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

 

축산물은 부위별 가격이 상호 연동되는 유기적 구조로 되어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처럼 한쪽 가격이 내려가면 다른 쪽이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실제로 2024년과 최근까지는 삼겹살 소비 둔화로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뒷다리 부위가 대체 소비되며 가격 상승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삼겹살 소비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풍선 논리도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이는 뒷다리 가격의 추가 상승 역시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4. 다음은 2024년 KREI 농업관측센터의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국내 돼지고기 소비 행태에 관한 내용이다.

 

소비자들은 가정 내에서 소비하는 육류 중 돼지고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 선호 비중은 돼지고기가 63.2%로 가장 높았고, 쇠고기 21.1%, 닭고기 14.7%, 오리고기 1.0% 순으로 조사되었다. 4점 척도 기준 선호 점수는 돼지고기 3.5점, 쇠고기 2.7점, 닭고기 2.6점, 오리고기 1.2점으로 집계되었다.

 

2024년 돼지고기 가정 내 소비 비중은 64.5%로 2023년(64.9%)에 비해 0.4%포인트 감소하였다. 반면 외식(배달 포함) 소비 비중은 35.5%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하였다. 가정 내 조리 형태는 구이류가 62.6%, 요리류가 37.4%로 나타났고, 외식에서는 구이류 52.6%, 요리류 47.4%로 조사되었다.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이었으며, 응답자의 60.0%가 삼겹살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목심 24.5%, 갈비 7.8%, 앞다릿살·뒷다릿살 4.4%, 안심 2.6%, 등심 0.2% 순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부위’로 44.6%가 응답했으며, 이어서 원산지 33.3%, 가격 12.5%, 품질(신선도 및 유통기한) 9.6% 순이었다. 구매 경로를 살펴보면 대형마트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0.3%로 가장 높았으며, 전통시장 및 정육점 21.4%, 슈퍼마켓(지역 마트 및 SSM) 16.9%, 온라인 9.0%, 백화점 1.3%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대형마트 이용 비중은 1.3%포인트 감소했고, 정육점과 백화점도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씩 줄어들었다. 반면 슈퍼마켓과 온라인 구매 비중은 각각 1.0%포인트, 0.8%포인트 증가하였다.

 

2024년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량은 전년 대비 1.8포인트 증가하였다. 증가 이유로는 ‘맛이 좋아서’, ‘영양과 건강에 좋아서’, ‘가격이 저렴해서’ 순으로 응답하였다. 반면 수입 돼지고기 소비량은 전년 대비 3.9포인트 감소했으며, 그 이유는 ‘국내산보다 맛이 없어서’, ‘안전성이 의심돼서’ 등이었다.

 

만약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대체할 육류로는 닭고기 46.2%, 수입 돼지고기 17.4%, 한우 13.4%, 수입 쇠고기 11.1%, 오리고기 10.4% 순으로 응답하였다. 수입 돼지고기를 줄였을 때의 대체육류는 닭고기 41.1%, 국내산 돼지고기 34.7%, 오리고기 8.9%, 수입 쇠고기 8.4%, 한우 4.3% 순이었다.

 

5. 일본의 돼지고기 소비는 크게 가정 소비, 외식 및 중식 소비(가정 외 소비), 그리고 가공용 소비로 나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비량 중 약 60%가 가정에서 직접 조리되어 소비되고 있으며, 외식 및 중식 소비는 약 20%, 가공품 제조를 위한 소비도 약 20%를 차지한다. 가정 소비는 일본인들이 직접 정육점이나 슈퍼마켓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해 요리해 먹는 경우를 의미하며,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이 줄고 내식이 증가한 영향으로 가정 소비 비중은 소폭 확대되었다.

 

가정 외 소비에는 외식과 중식이 포함된다. 외식은 식당에서 직접 식사하는 경우이며, 중식은 도시락이나 편의점 반찬처럼 조리가 완료된 음식을 집으로 가져와 먹는 형태를 말한다. 이 두 소비 형태를 합친 가정 외 소비는 전체 돼지고기 소비의 약 20% 수준으로 집계된다.

 

가공용 소비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육가공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부분이다. 일본에서는 돼지고기의 약 20%가 가공품 제조용으로 사용되며, 이 또한 일정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구조는 일본에서 돼지고기가 가정 중심의 식재료로 여전히 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식보다는 내식의 비율이 높으며 가공 소비도 일정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일본의 식문화 특성과 소비 습관을 반영하는 수치라 할 수 있다.

 

6. 한돈 소비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외식 수요보다 가정 내 소비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홈쿡 문화는 여전히 유효하며,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외식 지출을 줄이고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으려는 소비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슈퍼, 온라인몰 등 가정용 정육의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고 있으며, 한돈은 일상 식탁의 중심 단백질원으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부위별 소비 추이를 살펴보면 삼겹살의 압도적인 인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삼겹살은 주말 외식 대체재, 캠핑용 고기, 명절 및 가족 모임의 대표 구이용 품목으로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과 가성비를 고려한 소비 패턴이 확대되면서 목살과 앞다리살에 대한 선호도 또한 점차 상승하고 있다. 목살은 삼겹살 대비 지방 함량이 낮고 다양한 조리에 활용 가능해 활용도가 높으며, 앞다리살은 가격이 저렴하고 영양 대비 효율성이 높아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도 눈에 띈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시니어 가구의 증가로 인해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한돈을 활용한 HMR 제품군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육볶음, 불고기, 장조림, 고추장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냉장 및 냉동 포장 형태로 출시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맛과 편의성,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해 이러한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냉동 정육 소비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과거에는 냉동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위생 포장 기술과 보관 안정성의 개선으로 인해 소비자 신뢰가 높아졌다. 특히 온라인 채널을 통해 1~2회 분량으로 소분된 냉동 삼겹살과 앞다리살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냉동 정육은 온라인 정육 시장의 핵심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비자군별로는 1인 가구와 시니어 가구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1인 가구는 구매 단위가 작고 무엇보다 조리 편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200g 이하 소분 포장, 한 끼 분량의 양념육, 전자레인지 전용 제품 등을 선호하며, 주로 모바일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탐색하고 구매한다. 시니어 가구의 경우 손질이 완료된 정육, 양념 제품, 수육용 부위 등 조리 부담을 줄여주는 제품을 선호하며, 건강을 고려한 저지방 부위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익숙하고 검증된 한돈 브랜드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한돈시장은 소비자의 생활방식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다층화되고 있으며, 가정 내 소비 확대, 부위별 수요 다양화, HMR 및 냉동 정육의 부상, 그리고 1인 가구 및 시니어층의 구매 행태 변화가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한돈산업의 유통 및 마케팅 전략은 이제 이 같은 소비 지형의 정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소비자 세분화에 따른 맞춤형 제품 개발과 브랜드 신뢰 확보가 미래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7. 국내 외식업계는 지금, 비용과 신뢰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과 더불어 임대료, 인건비, 공공요금, 물류비 등 운영비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식업체들은 어느 때보다도 원가 절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입산 돼지고기의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주목할 만하다.

 

한동안 외식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업계는 ‘한돈 사용’을 품질과 신뢰의 상징으로 내세워 왔다. 소비자의 원산지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국내산 농축산물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면서 한돈은 ‘믿고 먹을 수 있는 고기’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특히 고깃집, 한식당, 분식 프랜차이즈,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는 ‘100% 한돈 사용’ 문구를 내걸고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수입산 돼지고기로의 회귀 움직임이 분명하게 관찰된다. 가장 큰 이유는 원가 부담이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도매 단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료비·에너지비 등 생산단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원가에서 차지하는 육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돈보다 20~30% 저렴한 수입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보다 수입육의 품질도 크게 향상되었다. 미국, 스페인, 덴마크, 캐나다산 돼지고기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며 냉장·냉동 가공 시스템이 정교해졌다. 특히 외식업소에서 선호하는 삼겹살, 목전지, 앞다리살, 갈비용 슬라이스 등은 수입육 전문 가공업체들을 통해 ‘업소 맞춤형 상품’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들은 해동 손실이 적고,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 ‘가성비’를 중시하는 외식업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장기화한 불황과 물가 상승 속에서 외식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가격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맛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1인분 가격이 3,000~5,000원씩 차이 나는 상황에서는 결국 가격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흐름은 중저가 외식 브랜드나 뷔페형 업소, 배달 전문 고깃집 등을 중심으로 수입산 돼지고기 활용이 확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외식업체가 수입육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품질을 중시하거나 가족 단위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고깃집, 프리미엄 한식 브랜드 등은 한돈 사용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를 소비자와의 신뢰 기반으로 삼고 있다. ‘한돈 인증 음식점 제도’를 통해 한돈 사용을 공식화하고, 원산지 표기를 철저히 관리하는 매장은 품질 중심의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일부 외식 브랜드는 한돈 사용의 ‘스토리’를 강조하며 감성적 접근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특정 한돈농가와의 계약재배, 지역 사회와의 연계, 위생·생산 시스템 투명화 등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충성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 단순한 원산지 표기를 넘어 신뢰의 서사를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결국 외식업계는 지금 ‘가격 대비 가치’라는 기준 위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수입산은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으며 한돈은 품질과 신뢰라는 가치를 지닌다. 외식업체는 자신의 타깃 고객과 브랜드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한 뒤, 그에 걸맞은 원재료 선택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한돈이 외식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과 외식업계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장기적 유통·가격 안정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소비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산업 전반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8. 한돈 소비 확대를 위한 전략적 브랜드 르네상스

 

국내산 돼지고기인 한돈은 오랜 기간 국민 식탁을 책임져온 대표적인 축산물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소비 환경과 유통 구조, 수입육과의 가격 경쟁 속에서 한돈이 지속 가능한 소비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품질 강조를 넘어선 입체적이고 전략적인 마케팅 접근이 요구된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 유통 및 상품 전략, 외식업 연계, 세대별 타깃 전략 등 분야별 전략이 새롭게 정비되어야 한다.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지금, 단순한 생산과 소비를 넘어 브랜드 중심의 가치 경쟁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국내산’이라는 단일한 범주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키운 돼지고기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한돈 브랜드 전략에 있어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로 읽힌다. 2000년대 초반의 브랜드 전략이 ‘국내산 대 수입산’ 프레임 속에서 ‘한돈’이라는 통합 브랜드 구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지역, 품종, 사육 방식, 농장 특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 가치까지 포괄하는 ‘브랜드의 세분화·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1)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돼지고기의 품종 다양성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버크셔, 두록과 같은 품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국산 고유 품종인 난축맛돈, 우리흑돈 등에 관한 관심도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품종들은 단순히 외형이나 육질의 차이를 넘어 각기 고유한 풍미와 사양 특성을 지니고 있어 미식 중심 소비자들에게 브랜드화의 핵심 자원이 된다.

 

특히 농장형 브랜드의 가능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과거에는 대규모 유통망 없이 개별 농장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 SNS, 유튜브, 전자상거래,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시스템 등을 통해 소농·중소농의 브랜드가 전국 단위로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스토리가 있는 농장, 철학이 있는 사육 방식, 투명한 이력 관리는 소비자의 정서적 신뢰를 얻는 강력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브랜드 전략은 단순히 품종 차별화에 그치지 않고,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지역 브랜드 개발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일본은 이미 420개 이상의 돼지고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규슈 흑돼지, 아마쿠사돼지, 미야자키 포크 등 지역성과 품종, 스토리를 결합한 브랜드 전략으로 자국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 역시 제주 흑돼지, 제주난축맛돈, 지리산 버크셔 등 지역성과 농가의 정체성을 결합한 지산지소형 브랜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다.

 

(2)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무기는 바로 생성형 AI 기반의 마케팅 환경이다.

이제 브랜드 인지도는 단순 광고나 홍보를 넘어 검색에 반응하고 SNS에서 회자하며, 콘텐츠에서 연상되는 브랜드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해 ‘검색’하거나 ‘리뷰’를 읽고 ‘유튜브 숏츠’를 본다. 그리고 그 모든 정보는 AI 알고리즘에 의해 순식간에 분류되고 노출된다. 생성형 AI 시대의 브랜드는 데이터 기반 서사와 구조화된 정체성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즉 ‘한돈’이라는 통합 브랜드의 가치 위에 세분된 품종·지역·농장 단위 브랜드를 육성하고, 이를 디지털 기반에서 AI가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콘텐츠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브랜드 르네상스 시대의 조건은 생산의 차별성, 유통의 투명성, 콘텐츠의 구조화, 기술과 감성의 융합에 있다.

 

(3) 브랜드 이미지 강화 측면에서 한돈은 ‘안심 먹거리’, ‘국민 돼지고기’라는 공감 가능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신뢰와 정서적 연결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 동물복지 농장, 청정 환경에서 자란 돼지고기라는 메시지를 한돈 브랜드와 결합함으로써 한돈이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윤리적·건강한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 및 상품 전략의 고도화도 시급하다. 한돈 소비의 접점이 되는 정육점, 마트, 슈퍼 체인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프로모션, 시식 이벤트,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맞춘 소포장·부위 특화·간편 조리형 상품 개발을 지속해서 확대해야 한다. 특히 1~2인 가구 증가에 발맞춘 소용량 포장, 요리별 전용부위 상품, 밀키트 연계 제품 등은 시장 확대의 핵심 요소가 된다.

 

(4) 온라인 유통 채널의 확대 또한 중요한 과제다.

한돈 전문 온라인몰 강화,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제휴, 정기 구독 서비스 모델 도입 등을 통해 소비와 브랜드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 온라인상에서는 가격 외의 차별성, 즉 브랜드 가치, 상품의 출처, 요리 콘텐츠 연계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콘텐츠 기반 마케팅과의 유기적인 결합이 요구된다.

 

외식 분야와의 연결도 필요하다. 한돈을 사용하는 외식업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돈 인증 음식점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외식 소비에서도 한돈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한식·한돈·지역 식문화 스토리를 결합한 콘텐츠형 마케팅, 레시피 영상, 셰프 협업 메뉴, 전통 식단과 현대 조리법의 융합 등은 소비자에게 한돈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감성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5) 마지막으로 세대별 소비자 맞춤 전략이 요구된다.

MZ세대는 건강, 미식, 가치 소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청정 생산 과정, 친환경 포장, 지역 농가 연결성을 중심으로 브랜딩을 재해석해야 한다. SNS 콘텐츠, 요리 챌린지, 트렌디 레시피 영상은 이들에게 높은 반응을 얻는다. 반면 시니어층은 영양, 안전성, 전통성과 같은 키워드에 민감하므로 한돈의 영양학적 가치, 지역 정체성, 전통 요리법과 연결된 마케팅이 효과적이다.

 

결국 한돈 소비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은 단일 채널이나 단기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생산, 유통, 외식, 소비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브랜딩 전략과 더불어 소비자의 가치를 읽어내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돈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 속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돈 브랜드 르네상스의 시대를 선언하고 실천할 때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5월호 54~64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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