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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소비 적체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제안 / 김태경 박사

– 삼겹살 구이를 넘어 샤브샤브 시대를 열자.

1. 삼겹살, 구이의 한계를 만나다.

 

한국인은 삼겹살을 사랑한다. 특별한 날에도,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하루에도, 삼겹살은 늘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말이 익숙할 만큼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외식업계에서도 삼겹살 전문점은 급격히 늘어났고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삼겹살은 불티나게 팔렸다. ‘삼겹살 데이(3월 3일)’ 같은 소비 촉진 이벤트까지 생기며 삼겹살은 한돈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소비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오랜 신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삼겹살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삼겹살만 내놓으면 무조건 팔린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최근 한돈시장에서는 삼겹살 부위의 적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겹살 재고가 늘어나면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도매시장에서도 삼겹살 물량이 소화되지 않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생산자들은 ‘삼겹살이 팔리지 않는다’는 체감 위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분석되지 않은 채 막연히 ‘소비가 줄었나 보다’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겹살 적체 문제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구이 일변도의 소비 패턴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특히 삼겹살 구이는 식당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겹살을 굽고, 자르고, 관리하는 데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심각해진 외식업계 인력난, 특히 젊은 세대의 노동력 감소로 인해 식당들은 삼겹살 구이를 제대로 서비스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장사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까지 부족해지자 폐업하거나 새로운 업태로 전환하는 식당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삼겹살 소비 감소를 더욱 가속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더 복합적이다. 수입 삼겹살의 유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식문화'를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이런 변화를 우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삼겹살 시장은 지금 분명히 변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삼겹살은 구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야 할 때다. 우리는 삼겹살 소비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구이 소비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삼겹살을 다양한 조리법과 새로운 문화로 재해석해 시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제 삼겹살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2. 삼겹살 소비 트렌드 분석

 

삼겹살 소비는 오랫동안 한돈 시장의 견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삼겹살 소비량은 정체를 넘어 둔화 조짐을 보인다.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수입 삼겹살의 증가다. 국내 생산 삼겹살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미국, 유럽, 칠레 등지에서 수입되는 저가 삼겹살은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넓혀왔다. 특히 대형마트나 대형 외식 체인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삼겹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맛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 과정에서 한돈 삼겹살은 가격 부담을 이유로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외식 시장의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때 전국 방방곡곡에 삼겹살 구이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이 전문점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새롭게 삼겹살을 즐기려는 소비자는 줄어들었고 기존 소비자들도 새로운 외식 형태를 찾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 변화는 외식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MZ세대는 전통적인 삼겹살 구이 문화보다는 간편하고 트렌디한 식사를 선호한다. ‘고기집에서 몇 시간 동안 구워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그들에게는 다소 번거롭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들은 맛도 중요하지만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를 원한다. 결국 삼겹살 구이는 MZ세대에게 ‘낡은 식문화’로 비쳐질 위험에 놓여 있다.

 

건강 트렌드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관한 관심은 전 세대를 통틀어 더욱 높아졌다. 특히 지방 함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소한 맛을 이유로 삼겹살의 지방을 즐기던 소비자들도 이제는 ‘건강을 해치는 지방’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호하고, 심지어 같은 돼지고기 안에서도 등심이나 안심처럼 ‘고단백·저지방’ 이미지를 가진 부위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변화가 삼겹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맛 하나만으로 삼겹살이 선택되었다면 이제는 가격, 건강, 편의성, 트렌드까지 모두 고려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 삼겹살 구이 문화 자체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농촌에서 대규모 이농이 일어나면서 전통적인 농업 공동체 사회가 급격히 붕괴하였다.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문화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삼겹살 구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도시 이익사회 속에서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우리만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공동체의 의미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께 모여 고기를 구워 먹으며 유대를 다지는’ 문화는 미투 운동 이후의 사회적 분위기 변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위축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삼겹살 구이 문화에도 직격탄이 되었다. 삼겹살 구이는 더 이상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이게 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 결과 삼겹살의 인기도 점차 쇠퇴하는 흐름을 보인다.

 

문제는 아직 농가와 시장 전체가 이 변화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삼겹살은 당연히 팔리는 것’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면, 곧 더 큰 시장 충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삼겹살 소비 패턴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정확히 읽는 것이 삼겹살 시장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구이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삼겹살 시대’를 준비할 때가 왔다.

 

3. 새로운 삼겹살 요리 시대의 필요성

 

지금까지 삼겹살은 주로 ‘구이’로 소비됐다. 한돈시장에서도 삼겹살은 구이라는 공식은 오랫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소비 트렌드 변화, 외식 문화의 변화, 사회적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이제 ‘구이 일변도’ 전략만으로는 삼겹살 소비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한계가 분명해졌다.

 

삼겹살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리법의 확장이 절실하다. 삼겹살은 지방이 많은 부위라는 이유로 건강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조리 방법을 달리하면 삼겹살도 충분히 건강하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식재료로 재탄생할 수 있다. 구이에만 국한되지 않고, 삶기, 찌기, 볶기, 끓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면 삼겹살은 새로운 가치를 가진 부위로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특히 부위별 특성을 세밀하게 살린 조리법 개발이 중요하다. 삼겹살은 부위 내에서도 식감과 지방 분포가 미묘하게 다르다. 이러한 특성을 살리면 얇게 썰어 샤브샤브에 활용하거나, 전골이나 스튜처럼 오래 끓여 감칠맛을 끌어내는 요리에도 최적화할 수 있다. 또한 삼겹살 구이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도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삼겹살 구이는 압축성장의 시대, ‘빨리빨리’ 문화에 최적화된 한국형 패스트푸드였다. 고온의 불판 위에서 빠르게 구워 맛을 내는 방식은 바로 그 시대 사람들이 요구하던 빠른 조리, 빠른 만족에 정확히 부합했다. 이 과정에서 삼겹살 구이는 단순한 조리를 넘어 고기의 표면을 갈색으로 변하게 하며 풍미를 극대화하는 마이야르 반응을 적극 활용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마이야르 반응을 즐기는 미각 패턴 자체가 한국 사회의 ‘과잉 미국화’ 경향과도 닮아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점점 미국적 소비문화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고, 가벼운 식사를 추구하며, ‘빨리 먹고 빨리 끝내는’ 식사 대신 ‘몸에 좋은 식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삼겹살 구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빠르고 기름진 고기’를 즐기던 시대에서 ‘가볍고 건강한 고기’를 찾는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삼겹살 구이, 특히 ‘로스구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스테이크의 한국형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테이크 문화 역시 이제 전 세계적으로 건강, 지속 가능성, 식생활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만나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삼겹살 역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샤브샤브, 전골, 스튜 지방 섭취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채소와 어울리며, 가볍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조리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 때다. 샤브샤브, 전골, 스튜 등 삼겹살의 새로운 활용법은 단순한 레시피 변화가 아니다. 이는 삼겹살에 대한 소비자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제 한돈산업은 ‘삼겹살은 구이’라는 고정 관념을 넘어서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삼겹살의 다양한 조리법과 새로운 맛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 그것이 삼겹살 소비 정체를 돌파할 열쇠가 될 것이다.

 

4. 샤브샤브 삼겹살의 매력

 

삼겹살 소비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은 바로 샤브샤브용 삼겹살이다. 샤브샤브에 사용되는 삼겹살은 구이용과는 다르다. 두껍게 썬 삼겹살 대신 얇게 저민 삼겹살을 가볍게 데쳐 먹는 방식이다. 이 얇게 썬 삼겹살은 구이용 삼겹살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식감의 변화다. 구이용 삼겹살은 두꺼운 조직감을 살리는 대신, 지방의 풍미가 강한 편이다.

 

반면 샤브샤브용 삼겹살은 얇게 썰어 빠르게 익히기 때문에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듯한 식감을 선사한다. 고기의 맛은 그대로 살아있되 느끼함은 최소화된다. 또한 가벼운 조리법을 통한 지방 섭취 부담 감소라는 강점도 크다. 샤브샤브는 고기를 기름에 굽는 것이 아니라,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다. 이 과정에서 삼겹살의 과도한 지방이 육수로 빠져나가고, 소비자는 고기의 단백질과 풍미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삼겹살은 맛있지만 기름져서 부담스럽다’는 기존 소비자들의 인식을 샤브샤브 방식은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채소와 함께 즐기는 건강식 콘셉트도 샤브샤브 삼겹살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샤브샤브는 고기만 먹지 않는다. 버섯, 배추, 청경채, 미나리, 대파 등 다양한 채소와 함께 조리되기 때문에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섭취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지방 섭취를 걱정하는 소비자, 건강한 한 끼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샤브샤브 삼겹살은 ‘맛있고 건강한 식사’라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게다가 샤브샤브는 조리의 간편함이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빠르고 쉽게 고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에 MZ세대가 선호하는 ‘간편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라는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식당 운영 측면에서도 샤브샤브는 큰 강점을 가진다. 삼겹살 구이 전문점은 불판을 관리하고, 고기를 구워주고, 손님이 굽는 것을 돕는 등 상당한 인력과 서비스해야 한다. 하지만 샤브샤브는 다르다. 식당에서는 육수와 재료만 준비하면 되고 고기는 손님이 스스로 찰랑찰랑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다. 따라서 별도의 구이 서비스가 필요 없고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외식업계의 가장 큰 고민인 인력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샤브샤브용 삼겹살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돼지고기 냄새 문제다.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돼지 냄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 수퇘지 거세를 통해 웅취(수퇘지 특유의 불쾌한 냄새)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농장에서의 사육 환경, 도축장 탕침조(뜨거운 물에 담가 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지방 조직에 미세하게 남아 있는 때도 있다. 구이 조리법에서는 고온에서 고기를 굽는 동안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이러한 미세한 냄새가 대부분 제거되지만, 샤브샤브는 짧은 시간 동안 뜨거운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기 자체의 냄새가 요리에 그대로 배어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냄새 없는 깨끗한 돼지고기 생산이 샤브샤브용 삼겹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 사육 단계에서 냄새를 줄이는 친환경적 관리, 도축·가공 과정에서 위생과 냄새 제거 기술을 강화하고, 특히 지방질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품질 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샤브샤브용 삼겹살은 단순히 삼겹살 소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한돈의 고급화와 소비 다변화 전략의 핵심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구이용’으로만 소비되던 삼겹살을, ‘샤브샤브용’, ‘전골용’, ‘스튜용’ 등으로 확장하는 것은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다. 삼겹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전환하는 전략이자 한돈산업 전체를 다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제 삼겹살도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샤브샤브 삼겹살이 될 것이다.

 

5. 구이 vs 샤브샤브 삼겹살 : 소비 확장 전략

 

삼겹살 구이 시장은 여전히 한국 외식 문화의 중요한 한 축이다. 구이로 즐기는 삼겹살은 여전히 많은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특별한 경험과 만족감을 주는 소비 방식임은 틀림없다. 따라서 삼겹살 구이 시장은 결코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할 시장이 아니다. 구이 시장은 지키되, 샤브샤브 시장은 새롭게 확장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한돈 삼겹살 소비 전략의 핵심 방향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삼겹살 소비는 ‘구이’라는 하나의 방식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식문화가 다양해진 지금, 하나의 방식만으로는 삼겹살 시장을 지키기 어렵다.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고, 삼겹살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서는 ‘구이는 유지, 샤브샤브는 확장’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조리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얇게 썬 삼겹살 전용 제품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샤브샤브, 전골, 스튜용 삼겹살은 기존 구이용과는 두께, 조직, 포장 방식이 달라야 한다. 얇게 슬라이스된 삼겹살을 소량 포장해 냄새 없는 프리미엄 품질을 강조하며 샤브샤브, 전골, 스튜용이라는 용도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또한 얇은 삼겹살 전용 제품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1~2인 가구가 주력인 현대 소비 시장에서 가볍고, 빠르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고기 제품은 매우 강력한 매력을 가진다.

 

외식업계와 소매 유통 전략도 새롭게 짜야 한다. 외식업계에서는 기존 구이 전문점 일부를 ‘샤브샤브+구이’ 겸업형 매장으로 전환하거나, ‘삼겹살 샤브샤브 전문점’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개발할 수 있다. 소매 유통에서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샤브샤브 전용 삼겹살을 별도로 진열하고 ‘건강한 삼겹살’, ‘가볍게 즐기는 삼겹살’이라는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얇게 썬 삼겹살 전용 패키지를 레시피 콘텐츠(샤브샤브, 전골, 스튜)와 함께 판매하는 방식으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포인트는 명확하다. 단순히 ‘삼겹살을 더 많이 팔자’가 아니다. 삼겹살을 새롭게 포지셔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의 삶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삼겹살 소비를 다시 활성화하는 열쇠는 구이 시장을 지키면서 샤브샤브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는 데 있다.

 

6. 삼겹살 요리 다변화를 위한 추가 제안

 

샤브샤브용 삼겹살 시장 확장은 삼겹살 소비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삼겹살 소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요리법과 소비 상황 모두를 다변화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삼겹살을 활용한 스튜, 전골, 불고기형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삼겹살은 지방과 근육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장시간 조리에도 풍미가 살아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토마토 베이스나 된장 베이스를 활용한 삼겹살 스튜, 채소와 함께 담백하게 끓여내는 삼겹살 전골,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을 입혀 볶아내는 삼겹살 불고기형 제품 등으로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여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삼겹살 부위별 맞춤 조리법 개발도 필요하다. 삼겹살 내부에는 항정살, 가브리살과 같이 식감과 풍미가 다른 부위가 존재한다. 항정살은 얇게 썰어 샤브샤브나 스튜용으로, 가브리살은 도톰하게 썰어 전골이나 로스트용으로 활용하는 등 부위별 특성을 세밀히 살려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세분화는 삼겹살을 단순한 구이용 고기가 아닌, 부위별 맞춤형 프리미엄 식재료로 포지셔닝할 수 있게 만든다.

 

 

삼겹살을 활용한 글로벌 퓨전 메뉴 개발 역시 중요한 과제다. 삼겹살 샤브샤브 타코, 삼겹살 핫팟, 삼겹살 라이스볼, 삼겹살 월남쌈 등 세계 각국의 식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함으로써 삼겹살은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특히 얇게 썬 삼겹살을 다양한 소스와 채소와 함께 즐기는 방식은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삼겹살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방향이 있다. 바로 베이컨을 비롯한 유럽식 샤퀴테리(charcuterie)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현재 삼겹살 소비는 주로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삼겹살과 유사한 부위를 가공한 베이컨, 판체타, 라르드와 같은 샤퀴테리 제품이 아침 식사의 일상적인 일부로 소비되고 있다. 삼겹살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여 조식용 베이컨, 슬라이스 타입 아침용 삼겹살, 가볍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한 입 거리 삼겹살 등으로 발전시킨다면, 지금까지 열리지 않았던 ‘아침 소비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특히 현대 소비자는 아침 식사에서도 간편함과 영양을 동시에 추구한다. 삼겹살을 기반으로 한 고단백, 고풍미의 조식 제품은 HMR 시장, 편의점 시장에서도 높은 가능성을 지닐 수 있다. 삼겹살의 다변화 전략은 단순히 조리법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소비 시간대, 소비 상황, 소비문화를 모두 확장하는 보다 입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되어야 한다. 삼겹살은 이제 구이만을 위한 고기가 아니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부위별 특성으로, 글로벌 퓨전 메뉴로, 심지어 아침 식탁까지 진출할 거대한 가능성을 품은 식재료다. 지금이야말로 삼겹살 소비를 ‘저녁 구이’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하루 전체 식문화’ 속으로 확장해야 할 때다.

 

7. 결론 : 삼겹살 소비문화의 진화

 

삼겹살은 오랫동안 한돈 산업의 중심이자, 한국인의 식탁 문화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한때 한국인의 ‘공동체 문화’를 상징했던 삼겹살 구이는 사회 구조와 식문화, 그리고 소비자 인식의 변화 속에서 조용히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지금까지 삼겹살 소비는 구이라는 단일한 소비 방식을 통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구이 일변도 전략은 시장의 다변화와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 앞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 간편함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 개인화되는 식문화, 글로벌 식문화의 융합 이 모든 변화가 삼겹살 소비에도 새로운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샤브샤브 삼겹살’은 단순한 조리법의 전환이 아니다. 이는 삼겹살 소비문화를 ‘고지방 구이’ 중심에서 ‘건강하고 가벼운 식사’로 확장하는 전략적이고 문화적인 진화다. 샤브샤브용 삼겹살은 얇게 썰어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고, 지방 섭취 부담을 줄이며, 채소와 곁들여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삼겹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다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삼겹살 소비의 미래는 단순히 한 가지 요리법의 성공에 달려 있지 않다. 진짜 미래는 다양성에 있다. 샤브샤브를 넘어 스튜, 전골, 불고기형 제품으로 확장하고 부위별 맞춤 조리법으로 세분화하며, 글로벌 퓨전 메뉴를 통해 해외시장까지 연결하고, 베이컨과 샤퀴테리 같은 가공품으로 아침 소비 시장을 개척하는 것 등 이 모든 전략이 삼겹살의 미래를 더욱 견고하고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한돈산업은 더 이상 ‘어떻게 더 많이 팔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삼겹살을 시대와 삶 속에 더 깊숙이 스며들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삼겹살을 그리고, 한돈산업 전체를 다음 세대로 이끄는 진정한 길이다. 삼겹살은 단지 고기가 아니다. 삼겹살은 우리 사회의 식문화 변화를 담아내는 거울이며 한돈농가의 미래를 여는 열쇠이다.

 

삼겹살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야만 삼겹살의 경제적 가치를 지킬 수 있으며, 이는 곧 한돈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삼겹살을 다양한 조리법과 생활문화 속으로 확장하고 시대의 변화를 읽으며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는 길만이 한돈산업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삼겹살 소비문화의 진화를 통해 한돈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5월호 92~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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