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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돼지개량네트워크구축사업 육질 검정 추진계획2(육질 개량을 위한 핵심 형질과 그 의미) / 최임수 박사

최 임 수 박사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대한민국 국민에게 돼지고기는 단순히 단백질 공급원을 넘어선, 일상과 특별한 순간을 함께하는 ‘소울 푸드’이자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핵심 식재료이다.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의 고소함, 부드러운 목살의 풍미, 담백한 등심의 감칠맛은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돼지고기의 맛과 품질은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닌 돼지고기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과 함께,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육질의 우수성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과거 돼지고기 개량은 주로 성장률, 사료효율, 도체율과 같은 생산성 지표에 집중됐다. 단위 면적당 더 많은 고기를 더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 농가 소득 증대와 공급 안정화에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미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양적인 측면을 넘어선 질적인 요소, 즉 ‘맛있는 고기’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기 시작했다. 이는 고기의 색깔, 연도, 다즙성, 풍미, 그리고 지방의 질과 같은 복합적인 육질 형질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돼지고기 육질 개량은 단순히 식욕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건강한 식생활과 동물복지, 환경 지속 가능성까지 아우르는 다차원적인 과제가 되었다. 소비자는 이제는 가격만을 기준으로 고기를 선택하지 않으며, 특정 품종의 고유한 풍미나 친환경적으로 사육된 돼지고기에 기꺼이 더 높은 가치를 지불한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자들에게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고품질 육질을 가진 돼지를 생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돼지고기 육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형질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이러한 형질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개선하기 위한 국내외의 노력,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육질 개량 방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돼지고기 육질 개량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국내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축산의 미래를 열어가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 중요한 육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 다시 말하면 ‘돼지개량네트워크구축사업’에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육질 검정’사업에서 돼지 육질 개량을 위한 형질을 살펴보도록 하자.

 

1. ‘맛있는 고기’를 만드는 핵심 지표들

 

그럼 대체 ‘맛있는 육질’이란 뭘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중요한 지표들을 가지고 돼지고기의 육질을 평가한다. 우리 사업(돼지개량네트워크구축사업 육질 검정)에서도 다음과 같은 형질들을 개량에 활용하고자 조사하고 수집한다.

 

(1) ph(산도) : 고기의 컨디션을 알려주는 신호등

고기가 도축되면 근육 속 당분이 ‘젖산’으로 변하면서 고기의 ph(산도)가 점점 단단해진다. 이 ph의 변화 속도와 최종값은 고기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지표이다. 도축 직후 ph 7.0 전후이고 도축 후 24시간 ph 5.5∼5.8로 감소(글리코겐이 젖산으로 전환)한다. ph 변화는 단백질 구조, 보수력(Water Holding Capacity), 육색(CIE), 조직감에 영향을 미친다.

 

 

정상육은 도축 후 적당한 시간 안에 ph가 적절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안정되면, 고기는 예쁜 색깔에 적당히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는데 우리가 아는 ‘맛있는 고기’의 기본이 된다. PSE육(창백하고, 무르고, 물이 많아요)은 돼지가 도축 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ph가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많이 떨어진다. 이런 고기는 색깔이 창백하고(Pale), 조직이 물러서(Soft), 육즙이 주르륵 흘러나오죠(Exudative). 퍽퍽하고 질겨서 맛이 없다.

 

DFD육(어둡고, 단단하고, 건조해요)은 반대로 스트레스로 인해 돼지의 에너지가 너무 고갈되면 ph가 높게 유지될 수 있다. 이런 고기는 색깔이 암적색이고(Dark), 조직이 단단하며(Firm), 겉은 건조해 보인다(Dry). 촉촉하긴 하지만 미생물이 쉽게 번식할 수 있어 보관이 어렵고 특유의 향이 강할 수 있다. ph는 고기의 첫인상이자, 맛과 신선도를 예측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이다.

 

 

도축 현장에서는 근육에 직접적으로 삽입하는 ph meter를 이용하여 측정하며 근육의 정확한 최후 ph값(사후강직 후의 고정된 ph)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근육 조직을 증류수에 희석하여 균질기로 분쇄한 후 여과액을 일반 ph meter를 이용하여 수소이온농도를 측정한다.

 

(2) 육색 : 눈으로 먼저 맛보는 고기의 신선함

우리가 고기를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뭘까? 바로 ‘색깔’이다. 고기의 색깔은 신선도와 품질에 대한 인상을 확 바꾼다. 돼지고기는 선명한 담홍색(붉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가장 좋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듯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CIE L*, a*, b*는 국제조명위원회(CIE, Commission Internationale de l'Éclairage)가 1976년에 제정한 표준색 공간 모델로 인간의 색 인식을 수치로 표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3) 보수력과 가열감량 : ‘육즙’을 지켜주는 능력

보수력은 고기가 수분을 얼마나 잘 머금고 있느냐를 말한다. 보수력이 좋으면 고기를 구워도 육즙이 많이 빠져나가지 않아 촉촉하고 부드럽다. 반대로 보수력이 낮으면 고기에서 물이 많이 빠져나와 퍽퍽해진다. 이때 고기를 가열했을 때 줄어드는 무게를 가열감량이라고 하는데, 이건 보수력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가열감량이 높으면 그만큼 육즙이 많이 날아갔다는 뜻이니 맛이 없다. 결국 보수력이 높은 고기가 더 맛있다는 얘기다

 

(4) 연도와 전단력 :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의 비밀

연도는 고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고기를 씹을 때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 바로 그게 연도이다. 연도는 고기의 맛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전문가들은 고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기계로 측정하는데 이걸 전단력이라고 한다. 고기를 자르는데 힘이 적게 들수록 부드러운 고기라고 할 수 있다.

 

(5) 근내지방 함량(마블링) : 고소한 풍미의 원천

돼지고기 살코기 속에 하얀 실처럼 박혀있는 지방, 이걸 근내지방 또는 마블링이라고 부른다. 이 마블링은 고기의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고소한 향을 더하고, 고기를 씹을 때 더 촉촉하고 부드럽게 느껴지게 한다. 열을 가하면 지방이 녹으면서 고기 전체에 고소한 맛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구이용 돼지고기에서 적당한 마블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6) 지방산 조성 : 건강과 맛을 한 번에

돼지고기 지방은 여러 종류의 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방산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고기의 풍미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올레인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은 고기의 고소한 풍미와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추세이기도 하며. 사료나 품종에 따라 지방산 조성이 달라질 수 있어서 요즘은 이 부분까지도 신경 써서 개량한다.

 

이중결합이 없는 포화지방산(palmitic acid, stearic acid)은 불포화지방산(oleic acid, linoleic acid, linolenic acid)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융점이 높아 상온에서 고체 형태로 존재하기 쉽고 불포화지방산은 액체로 존재한다. 따라서 육류에 함유된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조성 차이는 지방산 개개의 풍미 차이와 더불어 상온에서 액체 또는 고체 형태를 지녀 지방질의 관능적 물리적 식감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근육으로부터 지방을 분리하여 가스크로마토그래피 원리에 따라 지방산을 분리하여 다음과 같은 지방산의 조성을 분석한다. Myristic(미리스트산), Palmitoleic(팔미도레산), Palmitic(팔미트산), Oleic(올레산), Stearic(스테아르산), Linoleic(리놀레산), Linolenic(리놀렌산), Arachidonic(아라키도산) 등을 분석하고, 이중 근육 내 주요 지방산에 해당하는 Palmitic(팔미트산), Oleic(올레산), Stearic(스테아르산), Linoleic(리놀레산), Linolenic(리놀렌산)을 관리프로그램 지표로 활용한다.

 

 

돼지개량네트워크구축사업에서는 지방산 조성 분석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먼저 실험실에서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사용하여 정밀하게 지방산 조성을 분석한다. 이와 더불어 도축장 냉장실에서는 지질 측정장치(올레산 측정기)를 이용하여 지방산 조성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 기기는 올레인산, 포화지방산(SFA), 단일불포화지방산(MUFA) 함량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다.

 

(7) 관능평가 : 결국엔 ‘사람’이 맛있다.

아무리 복잡한 기계로 측정하고 분석해도, 결국 고기는 사람이 먹는 것이어서 전문가들이 직접 고기를 맛보고 평가하는 관능 평가는 정말 중요하다. 고기의 색깔, 향, 부드러움, 육즙 정도, 그리고 전체적인 맛과 식감을 종합해서 평가한다. 이런 사람들의 평가는 우리가 '진짜 맛있는 고기'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 ‘데이터’가 만드는 더 맛있는 한돈

 

이렇게 복잡한 육질 형질들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바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돼지개량네트워크구축사업’은 바로 이런 데이터 기반의 육질 개량을 추진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이다. 농장에서 초음파로 마블링 측정한다. 돼지를 도축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상태에서 초음파 기계로 마블링 정도를 측정하는데 농가와 연구자들이 표준화된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1) 도축장에서의 첨단 검사

도축장에서는 VCS2000 같은 자동 기계로 고기 모양을 스캔하고, 냉장실에서 24시간 뒤 ph, 육색, 올레산 등을 직접 측정하는데 특히 올레산 등 지방산은 예전에는 몇 주씩 걸리던 분석을 이제 현장에서 바로 할 수 있는 첨단 기계를 활용하고 있다.

 

(2) 실험실에서의 정밀 분석

일부 고기는 전문 실험실로 보내서 ph, 근내지방, 지방산 조성, 육색, 보수력 등을 더욱 자세하게 분석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얻어진 방대한 데이터는 ‘돼지개량네트워크시스템’한곳에 모인다. 지금은 데이터 수집 초기 단계이지만, 곧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육질이 우수한 종돈을 선발하고 국내 돼지고기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지금까지 돼지고기 육질 개량을 위한 다양한 형질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개량 형질 외에도 삼겹살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축산과학원 양돈과에서는 ‘삼겹살 품질 검정을 위한 돼지 초음파 영상 측정방법 설정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삼겹살의 객관적인 품질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돼지개량네트워크구축사업은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7월 중 ‘육질 검정 방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연구용역을 통해 돼지육질 검정 방법을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고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국내 돼지고기 품질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돼지 개량의 장래를 밝게 비추어 줄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8월호 95~100p 【원고는 ☞ agape7601@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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