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양돈산업 동향
세계 양돈산업의 시장구조가 바뀌고 있다. 첫째 요인은 세계 돼지 사육두수(1억1천만두)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2018년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쇼크가 3~4년 동안 세계 돼지고기 시장과 양돈산업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요인은 유럽의 소비자 동향이 양돈산업에 큰 영향을 주어 양돈을 포함한 축산업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동물복지 시스템의 도입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축종별로 강한 규제가 불가피하게 되었고, 동시에 환경오염 규제가 점차 엄격해지면서 유럽연합 각국 정부는 강제로 축산업을 중단시키는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셋째 요인은 질병, 특히 ASF 확산으로 양돈 생산자들의 수익성이 악화하여 위축되고 있다. 넷째 요인은 돼지고기 시장이 가금육에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다. 세계 육류 생산은 1970년에서 2020년 사이 지난 50년간 1억톤에서 3억4천만톤으로 역동적으로 3.4배 성장하였다. 그러나 돼지고기 생산도 동기간 3,580만톤에서 1억800만톤으로 3배 성장했으나 가금육은 1,500만톤에서 1억3,700만톤으로 9배나 늘어나 돼지고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1) 중국 : ASF 발생과 ASF 포스트 쇼크
중국에서 2018년 8월 처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후 급속히 전국적으로 ASF가 확산하면서, 돼지 사육두수가 40%까지 감소하여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하게 되어 2019년부터 돼지고기 수입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중국은 2019년에 돼지고기 211만톤을 수입하였고,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배 넘는 439만톤, 2021년에는 371만톤을 수입해 세계 돼지고기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러한 대량 수입은 주로 유럽산 돼지고기였으며, 관세 전쟁으로 미국산은 10% 이내 시장 점유율에 그쳤으나 그 여파로 미국 양돈산업의 수익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중국의 ASF 포스트 쇼크는 중국 내에서의 쇼크와 해외로의 쇼크로 나누어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18년 8월 처음 발생한 ASF로 2020년 말 사육두수가 2017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2017년 비육돈 생돈가격이 kg당 15위안이었던 것이 출하두수 감소로 2020년에는 38위안까지 폭등했었다. 그러나 사육두수가 회복하면서 2021년 10월에는 11위안까지 폭락하는 ASF 포스트 쇼크를 보였다. 2023년 말에 겨우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 영향을 준 중국의 ASF 포스트 쇼크는 2021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돼지고기 수입량은 급감소이다.
(2) 유럽 : 중국 ASF 포스트 쇼크
유럽의 돼지고기 수출이 2021년에 475만2천톤을 수출하였다. 그러나 2022년에 16%나 적은 399만1천톤을 수출하였고, 2023년에 300만톤으로 감소하였다. 유럽의 돼지 사육두수와 돼지고기 생산량 감소 추세는 중국으로의 돼지고기 수출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국제 곡물 폭등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 독일에서의 ASF 발생(2020년 10월)으로 인한 돼지고기 수출 중단 등이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유럽의 축산업에 대한 동물복지 강화 조치가 생산자들의 생산 의욕을 위축시키고 있다. 임신사 모돈 스톨 사용제한(2012년), 자돈 거세 금지(2020년), 자돈 꼬리 자르기 제한, 분만틀 사용 제한 등의 조치이다.
EU 위원회는 단기 전망에서 2024년 EU의 돼지고기 생산은 전년 비 0.5%, 2025년에는 0.2%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분기별 도축두수는 2022년 1분기부터 9분기(27개월) 연속 전년 비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4년 2분기에 전년 비 1.9%, 3분기에 1.6% 증가하면서 증가세로 바뀌어 유럽의 돼지 사육두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인다.
(3) 미국 : 양돈산업 수익성 회복으로 사육두수 증가 조짐
미국의 돼지 사육두수는 1998년의 5,550만두에서 2019년의 7,200만두까지 21년간 30%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산업의 확장 동력은 수익성이다. 21년 동안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축산 일괄생산 농장의 월별 비육돈 출하 수익성은 252개월 중 14개월(6%)만 적자를 기록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2021년과 2022년의 수익성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였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대량의 돼지고기 수입 수요로 인해 수익성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2021년 후반부터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사태는 양돈을 포함한 돈육시장을 최악의 적자를 유발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근무자들의 증가로 전국 각지의 도축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출하하지 못한 돼지 수십만 두가 농장에서 희생되고 돈가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거의 1년 6개월간 적자를 기록하였다.
특히 대형 양돈 수직 계열업체가 큰 타격을 받았다. 세계 최대 양돈기업인 스미스필드사는 미국 전국 50여개 직영 양돈장을 대규모 도축장과 함께 폐쇄하거나 매도하였다. 캐나다 최대 양돈 수직 계열기업인 Maple Leaf Foods사도 경영난으로 양돈농장과 도축장을 매각하였다. 미국 양돈 생산자들의 당면과제는 지금까지의 누적적자 어려움과 함께 캘리포니아법 12조가 전국에 적용되면서, 특히 월마트, 맥도날드 등 대형업체의 양돈장 스톨 사육금지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사육두수는 흑자 발생월로부터 15개월 후 증가세를 보이는 경향을 보여 왔으며, 이번에도 이 패턴을 따른다면 2025년 말부터 사육두수는 다시 증가하게 된다.
2. 국내 양돈산업의 동향
국내 축산업의 생산액은 2023년에 25조4천억원(2024년 25조5천억원 추정)을 기록하여 전체 농업생산액 중 42.9%(2024년 42.8% 추정)를 차지하였고, 이 중 양돈생산액은 2022년 대비 0.5% 감소한 9조6천억원(2024년 9조6천억원)을 기록하였다.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2006년 938만2천두로 처음 9백만두를 돌파한 이후 2014년 1,019만두로 1,000만두를 돌파하였으며, 2017년 1,127만두를 기록한 이후 점차 사육두수가 감소하여 2024년 1,084만두를 기록하였다.
국내 돼지 도축두수는 2011년 구제역으로 도축두수가 감소한 경우를 제외하고 연간 도축두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4년 1,903만두를 기록하였다.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여 2015년 35만8천톤, 2018년 46만4천톤까지 증가하였고, 또한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돼지고기는 매년 40만톤 넘게 수입하였다. 국내 돼지 도체등급 출현율은 1+등급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2022년 34.1%까지 증가하였고, 또한 1등급 이상 비율도 2022년 67.9%까지 증가하는 추세이다.
3. 국내 양돈 생산성
국내 양돈산업의 연도별 생산성 분석 결과 모돈두당 연간이유두수(PSY)는 2020년 21.3두에서 2024년에 22.2두로 0.9두 증가하였고, 모돈두당 연간출하두수(MSY)는 2020년 18.3두에서 2024년에 18.9두로 0.6두 증가하였다. 국내에 다산성 모돈 도입으로 인해 모돈의 생산성은 약간 증가하였지만 이유 전·후 육성률은 하락하였다.
2022년 양돈 생산성에 대해 EU 주요국, 브라질, 미국 등과 한국과 비교한 결과 번식성적과 폐사율에서 국내 성적은 매우 낮았다. 예를 들어 양돈장 생산성 지표인 PSY를 비교하면 EU 평균은 29.7두인데 비해 한국은 73% 수준인 21.5두(8.2두 차이)였고, MSY를 비교하면 EU 평균은 27.9두였지만 한국은 65% 수준인 18.4두(9.6두 차이)에 불과하였다.
4. 국내·외 양돈산업의 여건 및 이슈
국내 양돈산업은 글로벌 상호의존성 심화, 급격한 기술 발달, 경제·사회 및 환경변화에 따라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규제정책, 무역 및 수입 검역 규제, 친환경 정책(탄소 배출 등), 환경 규제(분뇨, 폐수), 질병 방역 규제, 동물복지 규제(환경, 도축) 등 이 양돈산업에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사료용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 : 생산비 상승
국제 곡물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옥수수, 대두박 곡창지대가 있는 브라질은 홍수와 라니냐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팬데믹 이후 원-달러 환율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제유가도 현재 브렌트유 기준 80$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정책 : 저탄소 인증농장 확대 정책
지구온난화·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150개가 넘는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포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2050 탄소중립(Net-zero) 선언’ 이후 2021년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가입 등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축산부문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축산부문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 전략(2024년 1월)’을 공표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하여 가축의 사육단계는 ‘가축 관리 단계’와 ‘가축분뇨 처리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3)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 농장 인력 부족
국내 농업 종사자수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율은 2022년 25.0%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특히 면 지역의 고령화율은 32.4%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중위 연령 또한 56.3세에 달한다.
(4) 양돈장 냄새 저감 정책 : 환경 규제
양돈장은 냄새 배출시설로 인지되어 민원 대상이 되기도 하며, 민원 발생 시 부지경계면에서 냄새를 측정하여 배출 허용기준 초과 시 법적 조치 및 처벌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립된 양돈장 주변 1km 범위 이내에 냄새의 확산으로 민원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밀집 사육구역의 경우 2km 범위까지 확산하여 냄새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축산업에 환경적 규제가 법제화되고 있으며, 2022년 냄새저감시설 설치 의무화까지 법적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현재 축산분뇨 관련 법령은 악취방지법·가축분뇨법·바이오가스법 등이 있으며, 이를 통해 배출 허용기준과 배출시설물 허가·신고 기준, 운영 및 시설 설치 조건이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5) 돼지 전염병 발생 및 확산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및 동남아시아까지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으며, 돼지고기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야생 멧돼지의 경우 경남까지, 농장 돼지의 경우 경북까지 전파되었으며 매년 ASF 발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ASF로 해당 국가의 돼지고기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가능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멧돼지 저감 대책 등 국가 단위에서 ASF를 방지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러한 발생 지역의 확대 속도를 늦출 뿐 지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멧돼지로 인한 농가의 ASF 감염이 발생하고, 이러한 피해 지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24년 초 국내에서는 PRRS와 PED 발생으로 많은 농가가 피해를 보았으며, 매년 이러한 소모성 질병에 한돈농가의 피해는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PRRS와 PED는 발병을 하면 근절이 어렵고 피해가 오래가는 특징이 있으므로, 이러한 소모성 질병에 대한 효율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소모성 질병인 PED와 PRRS는 법정 제3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되어, 법적으로 정보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6) 동물복지(animal welfare) 정책 : 지속 가능한 양돈산업
국내에서는 2012년 이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산란계(2012년), 돼지(2013년), 육계(2014년), 한육우 및 젖소, 염소(2015년), 오리(2016년)를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축산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신규로 가축 사육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교배한 날로부터 6주가 지난 임신돈은 개별적으로 가두어 사육하는 틀(스톨)에서 사육을 금지하고, 기존 양돈장은 10년의 유예기간을 갖고 2030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7) 스마트 양돈 확대 : 정밀 사육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생산비 절감
스마트팜(Smart farm)은 돈사 등에 IoT, 빅데이터, AI, 무인 자동화 기술 등 첨단 융합기술을 돈사 등에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돼지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게 하는 지능화된 농장이다. 돈사의 온도, 습도, 일조량, 공기질 등의 환경정보와 돼지의 생육·생체정보를 측정·분석하여 돼지 사육시설의 원격·자동제어가 가능하다. 또한 돈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람의 다양한 활동을 첨단기계·시스템이 보조, 또는 대체함으로써 영농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정밀 사육을 통한 생산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8) 국내산 돼지고기 품질경쟁력 확보
돼지고기의 품질을 말할 때 수많은 질적 또는 상품적 특성 중에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풍미(맛)이다. 풍미(맛)를 더 완전하게 특징짓는 것은 식감(Eating quality)과 같은 것이다. 풍미와 더불어 외관, 색깔, 연도 및 냄새와 같은 다른 요인들도 돼지고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 과지방 삼겹살의 품질 문제와 이에 대한 대처가 인터넷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품종 다변화, 풍미를 고려한 종돈개량, 삼겹살 품질을 고려한 개량체계 구축 등 국내산 돼지고기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6월호 90~96p 【원고는 ☞ jhjjh7@snu.ac.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