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정보뉴스 안영태 기자 |
1990년 10월 (가칭) 이천양돈조합(양돈농가 13명 / 17,000두 규모)설립으로 시작된 도드람양돈농협(조합장 박광욱)이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이했다.
1987년 이천·여주에서 돼지를 사육하던 6명의 양돈농가가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토론하기 시작하며 한 명씩 회원이 늘어 13명이 되었다. 결국 이렇게 모인 13명을 창립 멤버(조합원)로 하여 현재 사업규모 약 4조 4천억 원의 한돈 대표 기업 도드람으로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맨바닥에서 그 과정을 꿋꿋하게 이겨 낸 창립 조합원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로 여겨진다.
본지에서는 서울시 강동구에 있는 도드람타워에서 도드람양돈농협 창립에 참여한 조합원 중 3분(▲김건호 조합원(애농원), ▲김세현 조합원(석강농장), ▲권순영 조합원(농업회사법인(유)주영팜))을 모시고 창립 당시 상황 및 조합과 후배 조합원에게 전하는 의견을 듣고 소개한다.
■ 양돈 시작 및 도드람양돈농협 창립에 참여하게 된 계기, 그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건호 조합원(애농원) : 수의학을 전공하고 목장을 하기 위해 이천·여주에서 대동물 수의사를 하던 중 양돈장을 방문하면서 돼지를 사육하게 됐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사육규모 150두 미만의 작은 농장이 많았다. 사육 규모가 작은 소규모 농장은 사육 기술은 물론 필요한 축산기자재 구입, 돼지 판매 등 모든 부분에서 개별 농가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환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수입 사료 원료 수급의 불안정은 사료값 변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돼지 판매가격이 무너지는 돼지값 파동으로 농장의 자금난은 점점 심각해져 이를 타개할 새로운 방안이 절실한 시기로 도드람 창립에 참여하게 됐다.

김세현 조합원(석강농장) : 공무원으로 근무를 하다가 통신업체로 이직 후 일을 하던 중 우연히 이천에 있는 회사 회장의 목장을 보게 되었다. 목장을 보고 반해서 축산업의 꿈을 꾸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천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후 고(故) 진길부 도드람 초대 조합장과 물고기 사육도 해보고 평소 꿈꾸던 목장도 생각해 봤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목장을 하는 주변에 있는 목장과 초지 확보 등 경쟁력 문제로 양돈을 하게 됐다.
당시 농장 수는 현재보다 많았지만 영세하여 사육 규모는 모돈 50두 정도면 큰 농장으로 인식됐던 시기이다. 이처럼 농장 사육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 보니 사료값 안정과 돼지 판매 등 어떻게 하면 양돈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

권순영 조합원(농업회사법인(유)주영팜) : 1973년 목장을 하려고 현재 농장 부지를 인수하였는데 질병 문제와 양돈 기업농을 보고 양돈으로 전환하였다. 앞서 다른 분들로 얘기했지만, 당시 주변 농장은 영세하여 사료 구매는 물론 사육 기술도 낙후되어 어려움이 많았다. 아울러 반복되는 불황으로 돼지 판매도 어려워서 개별 농가 힘보다는 생존을 위한 농가의 모임, 즉 단체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참여하게 됐다.
■ 조합과 함께 성장하며 느낀 도드람양돈농협의 강점이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권순영 조합원 : 일반 협동조합이 대부분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지만, 도드람은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 위로 올리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로 하나하나 손수 만들어 왔다. 초창기에는 사양 기술도, 사료도, 유통도 알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고, 사료공장 허가를 받았지만 사료를 만들 기술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자회사를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양관리 및 기술 컨설팅, ▲양돈 전용 배합사료 공급, ▲도축·가공·유통 단계에서의 위생적 처리와 품질 관리, ▲가공식품 및 외식사업 전개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갖추어, 농가는 돼지 사육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초기에는 사료 회사를 찾아다니며 사료 생산을 부탁하고 돼지 판매에 대해 늘 고민했지만, 이제는 도드람 사료가 타사 대비 경제적이면서도 품질이 뛰어나다는 인식과 돼지 판로의 안정성을 직접 확인하며 현재와 같은 규모로 성장한 도드람의 모습을 보니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조합원 수가 늘면서 모일 장소가 필요해 이천 사옥을 마련했고, 2023년에는 서울 강동구에 도드람 통합사옥을 신축하며 서울 시대를 연 모습에 감회가 새롭다.
■ 조합 설립 이후 초창기 시절,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건호 조합원 : 도드람양돈농협 창립 이후 돼지 판매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도드람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당시에는 아파트 단지 1일 장터와 시식회에 집중하여 홍보를 전개했다. 특히 김세현 조합원이 거주하던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1일 장터를 열고, 생산 농가가 직접 소비자에게 도드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었다.
김세현 조합원 : 그 당시 도드람이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소비자에게는 아직 낯선 상황이었다. 여러 아파트 단지를 돌며 정육점 형태의 1일 장터를 열고, 초등학교 앞에서 시식회를 진행하는 등 도드람 돼지고기를 알리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큰 보람이었다.
조합 창립 전 최종 13명의 조합원이 구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돼지를 잘 키우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었기에 회의가 열리면 언제나 빠짐없이 모였다. 지금은 농장을 운영하는 조합원도 있고 은퇴한 조합원도 있지만,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아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3명만 함께 모이니 아쉽고도 그립다.

■ 조합이나 후배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건호 조합원 : 현재 약 4조 4천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양적으로는 큰 성장을 이뤘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지난 35년을 돌아보면 자회사가 늘어나고 인력이 증가하면서 조직이 성장했는데, 앞으로는 더욱 알찬 조직으로 거듭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 축산, 인공지능(AI) 활용, 방역 체계 구축, 저탄소 친환경 축산은 물론 현실에 맞는 외국인 인력 체계 마련 등 시대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방역 관리에서 사람의 출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축산을 구상해 본 바 조합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권순영 조합원 : 창립 초기를 돌아보면, 농가들이 함께 모여 앞길을 개척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나눴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무엇보다 대화를 통한 소통이 필요하다. 남에게 의지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드람 초기에도 토론 문화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듯 세대를 나누지 말고 1세대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시행착오를 거쳐야 터득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1세대의 경험을 통해 비용 없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현 조합원 : 양돈을 어렵게 시작해 근 반세기를 한 분야에 종사했다. 후계자인 아들이 양돈한 지 10여 년이 되었고, 이어서 손자가 축산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손자가 “할아버지가 농장을 한 것은 잘한 것 같다”고 말했을 때 특히 감회가 깊었다. 1세대는 아무런 바탕이 없는 맨땅에서 시작해 현재를 만들어 왔지만, 젊은 세대는 출하 등 매출에는 관심이 크면서도 역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점이 아쉽다. 조합에서도 창립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알 수 있도록 ‘도드람 역사박물관’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양돈하다 보면 부업에 대한 유혹이 있을 수 있지만 본업에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스마트 축산의 경우 농장주와 외국인 직원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사례가 있어 스마트 축산 확대에 맞춰 외국인 직원 교육도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10월호 40~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