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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장 호흡기 질병 현황판, 도축장 폐 병변 검사 / 박새암 팀장

박 새 암 팀장 / 세바코리아 양돈기술지원

1. 만성 호흡기 질병 관리의 한계와 데이터 필요성

 

국내 양돈 현장에서는 호흡기 질병으로 인한 만성적 피해가 오랫동안 누적됐다. 성장 과정에서 돼지들이 보이는 가벼운 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은 흔히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생산성과 수익성을 잠식하는 숨은 원인으로 작용한다.

 

유럽의 한 조사에서는 도축된 돼지의 폐에서 최대 69%까지 폐렴성 병변이 발견될 정도로 호흡기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국내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폐 건강의 악화는 농가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개체간 성장 불균형을 초래하여 출하 시 체중 편차를 크게 벌어지게 하므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폐 병변이 있는 돼지는 건강한 개체에 비해 일당증체량(ADG)이 5~11% 감소하여, 출하까지 추가 사육일수가 필요했다고 보고됐다. 농가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폐 건강이라는 보이지 않는 차이가 생산성과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호흡기 질병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해답으로, 출하돈들을 대상으로 도축장에서의 폐 병변 검사를 제안한다.

 

2. 도축 폐 병변 데이터화를 통한 돈군 호흡기 건강의 정량적 관리

 

세바 호흡기 관리 프로그램(Ceva Lung Program, CLP)은 돼지 도축 단계에서 폐 병변을 체계적으로 계측하여, 농장의 호흡기 건강 상태를 숫자로 시각화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수의사 또는 축산 관계자가 도축장에서 출하된 돼지의 폐를 하나하나 검사하고, 육안 병변을 기준에 따라 점수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유행성 폐렴의 경우 폐의 각 엽별로 폐렴성 경화 범위를 0~4점으로 평가하고, 이를 합산해 유행성 폐렴 지수(EP Index)를 산출한다. 6개 주요 폐엽의 점수를 합산하면 한 마리 폐의 총점은 최대 28점까지 기록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Madec 점수법(Madec & Kobisch, 1982)을 응용한 것으로 돼지 폐렴의 흔적을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하는 기준이다.

 

 

한편 흉막염 병변은 SPES 점수(도축장 흉막염 평가 시스템)를 통해 0~4점으로 별도 기록하며, 특히 흉막폐렴의 주요 원인균인 APP(Actinobacillus pleuropneumoniae) 감염이 의심되는 등쪽-미부 흉막 유착은 흉막폐렴 지수(APP Index)로 별도 지표화하여 관리한다. 이처럼 느낌으로만 막연히 파악되던 농장의 호흡기 질병 수준을 CLP는 정확한 데이터로 수치화해 준다.

 

CLP의 현장 적용은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다. 훈련된 검사자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앱에 각 폐 옆의 병변 값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해당 배치(batch)의 폐 병변 통계와 지수가 계산된다. 예를 들어 ▲유행성 폐렴 병변 발생률, ▲유행성 폐렴 지수(EP Index), ▲흉막폐렴 지수(AP Index) 등이 즉시 산출되어 디지털 리포트로 제공된다. 이를 통해 겉보기에 건강해 보였지만 폐에는 만성 병변 또는 감염 흔적을 가진 개체들을 확인함으로써, 농장에 숨어 있던 호흡기 질병 문제를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얻어진 폐 병변 데이터는 곧바로 농장 피드백으로 이어진다. 수의사는 해당 농장의 호흡기 질환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최적의 백신 프로그램이나 방역 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분기별 혹은 정기적인 CLP 시행으로 계절적 변동이나 관리 개선 효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백신 접종 및 사양관리 전략의 성과를 객관적 지표로 검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농장간 벤치마킹도 가능해진다.

 

 

 

요컨대 “우리 농장의 폐 건강 상태”를 숫자로 확인하게 해주는 CLP는 호흡기 건강 관리를 시작하는 첫걸음이자, 농장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지켜주는 핵심 도구라 할 수 있다.

 

3. 왜 도축장 폐 병변 검사를 해야 하나?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한 시대적 요구

 

산업 전반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축산 분야 역시 과학적 질병 관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폐사율이나 치료 사례를 통해 질병 영향을 추정했다면, 이제는 CLP가 산출한 수치를 입증된 건강 지표로 활용하여 농장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국내외적으로 강화되는 동물복지 기준과 항생제 사용 감축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사육된 동물은 질병 위험이 낮아지고, 그만큼 약품 사용도 줄어든다. 실제로 효과적인 백신과 예방 위주의 관리로 호흡기 질환을 억제하면 치료용 항생제 사용 빈도가 크게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서도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중요하다. CLP 지표는 ▲도축장·식품업계에서는 돼지고기 품질 관리의 척도, ▲농가에서는 동물복지와 건전한 사육환경의 증거, ▲소비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축산물의 보증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럽 일부 돼지고기 생산 프로그램에서는 도축 시 CLP 폐 병변 검사 결과를 농장에 제공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품질 인증 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는 ESG 경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 환경(Environmental) : 질병 감소 → 도축 폐기물 감소 → 환경 부담 경감

• 사회(Social) : 동물복지 수준 향상 입증

• 지배구조Governance) :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경영 실현

 

 

특히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도축 검사에서의 폐 병변 발생률을 농장 동물복지 평가의 4대 핵심 지표 중 하나로 지정했다. 이는 곧 “폐가 건강한 돼지”가 성장 과정에서 만성적 스트레스와 고통이 적었음을 의미하며, 높은 복지 수준의 근거가 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CLP는 단순한 질병관리 도구를 넘어 생산성 향상·동물복지 제고·소비자 신뢰 확보를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축산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4. 새로운 표준, CLP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CLP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의 대표 양돈조합 코펠(Cooperl)이 오래전부터 사용 중이며, 국내에서도 대형 양돈조합이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 없는 호흡기 건강 관리는 아무리 좋은 백신·사양 관리도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 우리 농장의 폐 상태를 알지 못한다면 백신 전략은 의미가 없다”는 말처럼 폐 건강 지표 파악이 질병 관리의 출발점이다.

 

CLP 도입은 농장의 숨은 문제를 드러내고 적절한 조치로 생산성을 높이며, 나아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동물복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보이지 않는 손실을 방치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 과학적 관리로 전환할 때 대한민국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보장된다. CLP의 전면 도입을 통해 우리 양돈산업이 더 건강하고, 더 생산적이며, 더 신뢰받는 미래 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10월호 62~66p 【원고는 ☞ ceva.korea@ceva.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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