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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농장의 지갑을 터는 덩치 큰 도둑, ‘흉막폐렴’ / 박건욱 원장

박 건 욱 원장 / 한가람동물병원

농장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출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양돈장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코 사료비다. 그런데 번식성적이 좋아져 돼지가 많아지면 사료비는 당연히 올라간다. 다시 말하면 출하(매출)와 직결되는 비용은 ‘좋은 비용’이지만, 출하로 이어지지 않는 비용은 ‘나쁜 비용’이다. 이 나쁜 비용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폐사율을 잡아야 한다.

 

 

특히 다 키워놓은 비육돈의 폐사는 농장 회계 장부에 치명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비육돈 생체 100kg당 생산비는 평균 365,890원이다. 출하를 앞둔 100kg 비육돈 한 마리가 폐사했다는 것은, 그동안 먹인 사료비(약 18만8천원)를 포함해 365,890원이 허공으로 분해된 것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살아남은 돼지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흉막폐렴을 앓았지만 폐사하지 않고 만성으로 넘어간 돼지들은 일당증체량(DLWG)이 30~60g 가까이 감소하며 출하일령을 기약 없이 늦춘다. 본 글에서는 환절기 비육돈 폐사의 주범이자 농장의 덩치 큰 도둑인 ‘흉막폐렴(Actinobacillus pleuropneumoniae, App)’이 어떻게 방어선을 뚫고 확산하는지, 왜 근절이 어려운지, 그리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하루 1만 리터(L)의 공기를 마시는 돼지, 그리고 1차 방어선의 붕괴

 

다 자란 돼지는 하루에 7,000~12,000리터(L)의 엄청난 공기를 마신다. 이 공기 속에는 각종 먼지, 암모니아 가스, 세균, 바이러스가 섞여 있다. 정상적인 돼지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호흡기 점막에 끈적한 점액을 바르고 섬모를 끊임없이 움직여 오염물질을 식도로 밀어내는 ‘점액 섬모 운동(Mucociliary apparatus)’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흉막폐렴균은 평소 건강한 돼지의 편도나 상부 호흡기에 조용히 잠복해 있다. 건강할 때는 이 점액섬모 운동과 폐포 내부의 ‘대식세포’가 균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날씨, 심한 암모니아 가스 농도, 그리고 짙은 돈사 내 먼지는 이 섬모 운동을 마비시킨다. 여기에 마이코플라스마(MH), PRRS, 돼지인플루엔자(SIV) 같은 1차 병원체가 침투해 섬모를 파괴하고 대식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면, 흉막폐렴균은 폐 깊숙한 곳(폐포)까지 침투한다. 이것이 바로 현장에서 흔히 겪는 돼지호흡기복합증후군(PRDC)의 실체다.

 

2. PRRS, 마이코플라스마와 달리 흉막폐렴 ‘음성화’가 몹시 까다로운 이유

 

몇몇 농장들이 돈군 폐쇄(Herd closure)와 전략적 투약을 통해 PRRS 음성화를 시도하고 또 성공하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마이코플라스마(MH)까지 음성화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흉막폐렴은 이들과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가장 큰 이유는 흉막폐렴균의 주된 서식지가 다름 아닌 돼지의 ‘편도 음와(Tonsillar crypt)’ 깊숙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표면이나 혈류를 타고 도는 병원체들과 달리, 편도 깊은 곳은 약물과 면역 세포가 도달하기 매우 힘든 사각지대다.

 

따라서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이고 임상증상이 전혀 없는 돼지라도 편도에 균을 숨겨둔 ‘건강한 보균돈(Carrier)’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 이들은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밀사, 환기 불량, 이동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균을 증식시켜 외부로 배출해 돈군 전체에 폭탄을 던진다. 다시 말하면 디팝(Depopulation)을 하지 않는 한, 기존 돈군에서의 완전한 음성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이 흉막폐렴이 청정화가 아닌 철저한 ‘통제(Control)와 방어'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3. Apx 독소의 폭격과 폭발적인 에어로졸 전파

 

폐 깊숙이 침투한 흉막폐렴균은 Apx 독소(Toxin)라는 치명적인 무기를 뿜어낸다. 이 독소는 폐를 방어하러 온 백혈구들을 죽이고 혈관을 녹여버린다. 폐 조직은 순식간에 괴사하고 심한 출혈이 발생한다. 더 무서운 것은 밀사나 환기 불량 상태에서 이렇게 감염된 돼지 한 마리가 엄청난 양의 균을 뿜어내어, 미세한 입자(에어로졸) 형태로 주변 돼지들에게 단거리 공기 전파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돈방 전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현상은 이 폭발적인 전파력 때문이다.

 

4. 흉막폐렴의 진단 : 눈에 보이는 기침이 전부가 아니다.

 

 

흉막폐렴에 의한 농장의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임상증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하지만 단순한 기침 소리나 양상만으로는 흉막폐렴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감별해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심증상이 보인다면 반드시 담당 수의사에게 폐사체 부검이나 도축장 도체 검사를 의뢰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가검물을 통한 PCR 검사로 원인균을 확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급성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돼지들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이들은 도축장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기는데, 바로 폐에 끈적한 섬유소(Fibrin)가 덮여 있거나 폐와 흉벽(갈비뼈)이 강하게 들러붙는 ‘만성 섬유성 흉막 유착(Chronic fibrous pleural adhesions)’ 병변을 보인다. 도축장 폐 병변 검사에서 이러한 소견이 높은 비율로 관찰된다면, 농장 내에 흉막폐렴이 만연하여 심각한 성장 지연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 치료 및 예방 관리 : 신속한 대처와 무너진 방어선의 복구

 

흉막폐렴은 일단 발병하면 병의 진행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따라서 발병을 확인한 즉시 신속한 치료와 환경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농장에 따라 백신 접종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신속한 개별 치료와 돈군 보호(Mass medication) : 아픈 돼지는 사료는 물론이고 음수량 조차 줄어들기 때문에 사료나 음수를 통한 투약으로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임상증상을 보이는 개체를 발견하는 즉시 세프티오퍼(Ceftiofur)나 툴라스로마이신(Tulathromycin) 등 감수성이 뛰어난 주사제를 개별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아직 증상을 보이지 않는 건강한 개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료 첨가나 음수 투약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플로르페니콜이나 틸미코신 등).

 

☞ 환경 개선(1차 방어선의 복구) : 약물에만 의존하는 통제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돈사 내 짙은 먼지와 지나친 암모니아 가스는 돼지의 1차 방어선인 점액 섬모 운동을 마비시키는 주범이므로, 돈사 내 적정 습도(60~70%)를 늘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환절기 차가운 샛바람이 돼지의 몸에 직접 떨어지지 않도록 입기구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가능한 적정 사육 두수를 유지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 전략적인 백신 프로그램 도입 : 흉막폐렴 백신이 모든 농장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은 올바른 치료와 환경 개선 조치만으로도 질병 통제가 가능한지 평가하는 것이 먼저다. 만약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흉막폐렴 임상증상이 주로 몇 주령에 시작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때 혈액 검사를 병행하면 농장 내 감염 시점을 훨씬 더 과학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 백신을 선택해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이 두 가지 포인트(임상증상 발현 시기 및 감염 시점)를 반드시 확인하여 접종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

 

흉막폐렴균은 지금도 우리 농장 돼지의 편도 깊숙한 곳에 숨어 1차 방어선이 무너지기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절대 만만치 않은 이 질병을 통제하려면 정확한 진단을 기점으로 스트레스 없는 쾌적한 사육 환경, 원인균을 정확히 조준한 정교한 투약, 그리고 잘 짜인 백신 프로그램이 입체적으로 결합하여야 한다. 이 모든 조치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흉막폐렴의 피해를 끊어내고, 농장의 온전한 수익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6년 4월호 88~92p 【원고는 ☞ graciasvet@daum.net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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