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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방역 위험 요인이자 수행 주체인 ‘사람’에 대하여 / 고성식 수의사

고 성 식 수의사 /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주)

1. 시작하며

 

양돈장에서 차단방역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직접적인 양돈장 운영 중단 또는 폐쇄까지 이어질 수 있는 ASF, 2~3년마다 기승을 부리며 생산성적 상에 폭탄과 같은 손해를 끼치는 PED, 그리고 최근 가장 큰 이슈인 고병원성 북미형 PRRSV까지 모두 차단방역의 실패에 기인하는 질병들이다. 이렇게 굵직한 질병들을 포함해 사소한 모든 질병들 모두, 해당 병원체가 농장 외부에서 내부로 유입되지 않게 하는 외부 차단방역, 이미 농장 내로 유입된 것들에 대해서는 옆 돈사, 옆 돈방, 옆 돼지로의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부 차단방역을 통해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차단방역의 큰 항목들로는 먼저 외부 차단방역의 경우 돼지, 차량, 사람, 위치(환경), 사료와 음수, 이렇게 크게 다섯 가지 항목이 있다. 이 중 돼지와 차량을 가장 위험한 요소로 보고 많은 방역 절차를 수립하게 된다. 돼지는 질병을 매개하는 숙주 그 자체이며, 내 농장에 없는 질병을 체내에 직접 가지고 돈사 내로 들어올 수 있으므로 가장 위험한 요소라 볼 수 있다.

 

또한 차량도 관리가 잘되지 않는 경우, 바퀴나 화물칸 등에 대량의 유기물이 묻은 채로 하루에도 여러 농장을 방문할 수 있어서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두 가지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다.

 

2. 차단방역 상의 위험 요인으로서의 ‘사람’

 

(1) 차단방역 위험 요인으로서의 사람에 대한 차단방역 조치를 살펴보자.

위험 질병 발생국에 다녀온 농장 인력들에 대해 농장 방문 다운타임을 갖는 것이 대표적인 조치이다. 그리고 여러 농장을 방문하는 인력들(수의사, 사료, 분뇨, 출하 기사 등)에 대해 샤워-인/아웃 또는 환복을 하는 조치가 있다. 내부 차단방역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농장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돈사간 이동할 때 발판 소독조를 이용하거나 환복, 장화 갈아신기를 하게 된다. 특히 내부 차단방역에 대해서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부 차단방역의 경우 우리나라 양돈장의 농장간 거리가 너무 가깝고, 많은 농장이 사료·분뇨·출하 등의 기반 서비스를 단독이 아닌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아서 그런지 이에 대응하는 많은 조치를 경각심을 가지고 시행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의 여러 법정 전염병 사태를 거치며 정부의 규제가 강화된 부분도 외부 차단방역에 상당히 치중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내부 차단방역의 경우 농장 인력의 만성적 부족, 작업 범위를 분리할 수 없는 농장 규모 등의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두 가지의 내부 차단방역 관련 실험 결과가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①첫 번째 실험은 돈사 진입 전 전실에서 장화를 갈아신는 조치에 대한 것이다.

보통 농장에서 장화를 갈아신기보다는 입구에 발판 소독조를 놓고 한 번씩 밟고 들어가는 정도의 조치만 하는 곳이 많은데, 이 실험 결과를 보게 되면 얼마 안 하는 고무장화를 많이 사다가 돈사 전실마다 충분히 놓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캐나다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장화를 갈아신지 않고 출입할 시 돈사 내 10m 이상 생존 능력을 유지한 PRRSV와 IAV-s 및 기타 오염물질이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Pitkin et al, 2010).

 

이와 유사한 방식의 장화 갈아신기 관련 실험은 살모넬라, ASFV, PEDV 등 여러 병원체에 대해서 여러 나라나 여러 연구진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모두 장화를 갈아신지 않으면 돈사 내 상당한 거리까지 질병이 전파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발판 소독조를 잘 운영하면 되지 않나 하겠지만 장화에 유기물, 특히 분변이 물리적으로 잘 씻기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기물 내부의 병원체에 소독약이 닿지 못해 효과를 발휘할 수 없으므로 장화 갈아신기의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②두 번째 실험은 미국에서 PED 감염 돈방에 출입한 후 어느 정도까지 개인위생을 실시해야 타 돈사로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가를 실험한 문헌이다(Yonghyan Kim et al, 2017)(표 1).

씻지 않고 다른 돈사로 이동한 경우(약한 차단방역 그룹) 당연하게도 PED의 전파가 확인되었다. PED 감염 돈사에서 나올 때 한번 샤워, 비감염 돈사에 들어갈 때 한번 샤워를 하여 총 샤워를 두 번 후, 옷을 갈아입고 장화를 갈아신었을(강한 차단방역 그룹) 때 PED의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샤워는 하지 않고, 옷과 장화만 교체한 그룹의 결과이다(중간 차단방역 그룹). 옷과 장화만 교체한 그룹도 PED의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다. 돈사간 PED 전파 억제를 위해서는 샤워까지는 굳이 필요하지 않고, 환복과 장화 갈아신기면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실험의 내용을 잘 기억해두고 이 글의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 보자.

 

3. 차단방역 실행 주체로서의 ‘사람’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 관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업종보다도 양돈장에서 이러한 입장 차이가 더 극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장의 규모가 작다면 고용주(사장님) 한 분에 작업자(외국인) 한두 명만 있을 수도 있지만, 농장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비율이 1:10, 1:20이 될 수도 있다. 이 10명, 20명의 직원이 모두 내 농장의 차단방역 조치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농장이 몇이나 될까?

 

이에 대해 살펴볼 만한 조사 결과가 있다(Kyu-Wook Kim, 2016). 2014년 일괄사육 농가 193곳을 대상으로 차단방역 수행 수준과 농장 생산성적과의 연관 결과를 조사하였다. 우리가 예상하듯, 그리고 많은 자료가 이미 증명하였듯 차단방역 수준과 농장의 생산성적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여기까지는 아는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것은 성적 상위 농가들에서조차 ‘샤워 후 환복’ 같은 일부 방역 조치의 실제 수행률은 50%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도 추운 겨울에는(대부분 질병이 겨울에 더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안 보는데 샤워하지 말고 그냥 통과할까?’라는 유혹이 들곤 한다. 매일 일하러 농장에 들어가는 작업자가 너무 추운 날, 늦게 일어나서 지각할 것 같은 날, 몇 번쯤 샤워를 생략하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상황들이 모든 차단방역 조치마다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돈사 앞에 장화를 갖다 놓는다고 해도 갈아신지 않는 직원들은 생길 것이고, 출하작업 지원 후 시간에 쫓겨 임신사로 환복 없이 복귀하는 인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사건을 0%까지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이러한 사건의 빈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주가 어떤 규칙을 정했을 때 그것을 잘 지키지 않는 작업자들이 생기는 것은 축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모양인지 제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40%만이 ‘양호한 수준’으로 안전조치를 준수한다고 한다(Afework et al, 2024). 이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경력, 임금 만족도, 정규직 여부 등을 꼽았는데, 양돈장에 대입하여 생각해보면 실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본국에서는 다른 일을 하다가 온 계약직에 가까운 개념인 외국인 작업자가 대다수인 국내 양돈장 환경을 생각해보면 차단방역 조치 준수율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러한 ‘규정 준수율’, ‘규정 순응도’를 높이는 조치들도 함께 연구되었다. 많은 연구에서 공통으로 꼽은 것은 ‘규칙 자체에 대한 이해도’의 중요성이다. 규칙 준수가 중요한 사업장에서는 그 조치가 왜 필요한지를 교육하는 것으로 그 조치를 수행해야만 하는 동기부여를 올려주고, 그렇게 하면 준수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Rasheed et al, 2025). 양돈장도 같을 것이다. 농장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방역교육, 질병교육 등이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장화를 갈아신으라고 아무 교육 없이 100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병원체의 전파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통해 장화에 묻은 분변으로 질병이 전파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와닿을 것이 분명하다.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근로 환경의 개선과 처우 개선이다.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수행이 가능한 차단방역이 어디까지인지, 직원들에게 얼마나 요구할 것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켜야 할 내용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각각의 조치에 대한 준수율은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앞에서 이야기한 PED 전파 실험을 다시 떠올려보자. 샤워를 2회 실시하게 한 그룹에서 질병의 전파가 없었지만, 직원이 10명이라면 이 10명의 직원이 1년 내내, 한겨울에도, 이 조치를 모두 지킬 수 있을까?

 

샤워 없이 환복과 장화 갈아신기만 한 그룹에서도 질병 전파가 없었음을 떠올려보자. 이런 경우라면 샤워 2회를 요구하는 것은 작업자의 피로도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오히려 장화 갈아신기에 대한 준수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큰 부담이나 불편함 없이 농장에서 1년 내내 실행할 수 있는 조치를 몇 가지만 정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차단방역 개선에 따른 성적개선이 있다면 이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갖춰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어떤 행위가 이루어졌을 때, 그에 대한 평가(칭찬 또는 교정)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도 준수율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많은 농장이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나 결과에 따른 보상을 진행하기보다는 CCTV 설치와 같은 ‘감시’ 도입을 통해 준수율을 높이고자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를 통한 차단방역 개선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지만 몇 달 후에는 다시 기존의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에 대한 투자는 감시를 늘리는 방향보다는 차단방역 조치를 작업자들이 좀 더 편하게 수행할 수 있게 돕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장화를 소독하라고 하면서 고압세척기의 개수가 부족하거나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꾸준히 해당 조치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다.

 

4. 마치며

 

차단방역에 있어서 사람은 위험 요인 중 하나이면서 차단방역을 수행하는 주체이다. 굳이 뛰어난 컨설턴트나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찾아보면 양돈 질병 차단을 위한 조치들에 어떤 것들 것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자료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의 동기부여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농장에서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것이 요즘 시대 양돈장의 가장 큰 차단방역 상 구멍일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 관리’이며, ‘사람 관리’가 잘 되는 농장들에서 차단방역도 잘 이루어지며 질병이 들어오지 않아 높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익숙한 내용을 반복한 글이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글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7월호 84~89p 【원고는 ☞ redishadol@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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