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4 (목)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2025년, 더 맛있는 돼지고기 시대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 김태경 박사

1. 삼겹살 열풍의 시작 : 1970년대 이후 ‘국민 고기’의 탄생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전까지 돼지고기 건식 요리의 주류는 양념 돼지갈비구이였지만, 1970년대 후반 들어 삼겹살 구이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삼겹살 로스구이 문화가 등장했다.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 일부와 뱃살 부위로 지방과 살코기가 세 겹으로 층을 이루는 부위다. 원래 ‘세겹살’로 불렸는데, ‘삼겹살’이라는 명칭이 신문 지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59년이었다. 1970년대부터 삼겹살은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 무렵 국내 양돈업계의 공장식 축산으로의 변화도 삼겹살 대중화에 한몫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이 1971년부터 돼지고기 수입자유화로 수출량이 늘었다. 일본은 가공 인력의 부족으로 1960년 지육 수입을 정육 부분육 수입으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는 일본 국내의 돈가 안정을 위해 풀세트(삼겹, 안심, 등심, 앞다리, 뒷다리, 목심, 갈비) 전 부위로 수입해 갔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 개발의 성공으로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육류 소비도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양돈업의 전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배합사료를 먹이기 시작하고 거세가 시행되었다. 잔반사료가 아닌 배합사료의 급여와 거세는 돼지고기의 냄새를 감소시켜서 로스구이 삼겹살의 유행에 기술적 배경이 된다. 실제 1970년대 중반에는 한우 고깃값이 급등하면서 대체재로 값싼 돼지고기가 주목받았고, 특히 삼겹살이 비싼 소고기를 대신한 ‘서민의 고기’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1970년대 후반 양돈업계에는 품종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맛 좋기로 유명한 버크셔종 등 지방형 품종 대신 생산성 위주의 삼원 교잡종이 도입되면서 돼지고기 전반의 감칠맛이 다소 옅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방 함량이 높은 삼겹살 부위에서 부족한 풍미를 찾게 되었다.

 

한편 정부는 1970년대 후반에 일본 수출용으로 냉동 비축되던 삼겹살 물량을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방출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정육점에 육절기(슬라이서)가 보급되면서 냉동 삼겹살을 얇게 썰어 손쉽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한 조리 기술 없이도 생삼겹살을 구워 팔 수 있게 되자 삼겹살 전문식당 창업이 비교적 수월해졌고, 이는 곧 전국적으로 삼겹살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 산업화 시대와 삼겹살 : 회식 문화의 상징

 

1970~80년대 압축 성장의 산업화 시대에 삼겹살은 직장인들의 소울푸드이자 회식 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전통 농촌 사회에서는 마을 잔치가 있을 때 돼지를 잡아 함께 나눠 먹는 공동체 문화가 있었지만,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돼지고기는 돈을 주고 사서 먹는 도시 음식이 되었다. 빠르고 치열한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즉석에서 구워 바로 먹을 수 있는 삼겹살 직화구이는 최고의 회식 메뉴로 주목받았다. 고기를 불판에 바로 구워내며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이 풍미를 살렸고, 1970년대 이후 냉장 유통 발달과 육류 숙성 기술의 개선으로 돼지고기의 잡내가 크게 줄어들면서 별다른 양념 없이도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무엇보다 삼겹살은 산업화 시대 직장 공동체의 단결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경제성장기였던 1980년대 이후 삼겹살 전문식당은 직장 회식의 단골 장소가 되었고, 퇴근 후 동료들과 둘러앉아 땀내 나는 하루를 달래며 소주 한잔하며 “우리가 남이가” 식의 연대감 형성 무대로 자리 잡았다. 1960~70년대 탄광촌의 광부들이 폐에 쌓인 탄가루를 씻어낸다는 믿음으로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러한 “삼겹살+소주” 신화는 도시 직장 문화에까지 이어져, 삼겹살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하는 국민 고기가 되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에는 가격 부담이 적은 삼겹살이 위축된 지갑과 허기를 달래 준 서민들의 음식으로 주목받았고, 이 무렵 등장한 “삼겹살 데이(3월 3일)” 같은 이벤트를 통해 삼겹살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민 고기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삼겹살 인기를 떠받친 또 다른 주역은 소주였다. 1980년대 들어 도수 23~25도의 독한 소주가 대중화되면서 삼겹살과 환상의 궁합을 이루었다. 높은 도수의 소주는 삼겹살의 기름진 뒷맛을 잡아주고 자극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했기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말이 회식 자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통했다. 실제로 1970~80년대에는 ‘소주=25도’라는 공식이 당연시될 정도로 도수가 센 소주가 표준이었지만, 1998년 이후 소주의 도수가 점차 내려가 2020년대에는 16도대까지 낮아졌다. 당시의 독한 소주가 있었기에 삼겹살의 느끼함을 개운하게 씻어내며 두 품목이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3. 삼겹살 인기의 비결 : 맛, 문화, 그리고 전략

 

삼겹살이 수십 년간 한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소위 “삼겹살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인기를 누린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요 비결을 꼽아 보면 다음과 같다.

 

(1) 가격 경쟁력과 손쉬운 조리

삼겹살은 돼지고기 부위 중에서도 오랫동안 가장 저렴한 축에 들었다. 특별한 양념이나 손질 없이 불판에 구워 먹기만 하면 되는 간편함 덕분에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었고, 식당 운영도 비교적 수월했다. 특히 1970년대에 정육점마다 보급된 육절기를 통해 냉동 삼겹살을 얇게 썰어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삼겹살 대중화가 더욱 가속되었다.

 

(2) 국내 양돈산업 구조와 품종 변화

한때 한국에서 돼지는 버크셔처럼 풍미 좋은 지방형 품종이 주류였지만, 1970년대 후반 이후 생산성을 중시한 교잡종으로 바뀌면서 돼지고기 고유의 감칠맛이 옅어지는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방이 두껍게 붙은 삼겹살에서 부족한 맛을 찾게 되었고, 모자란 풍미는 MSG가 함유된 맛소금과 후추를 뿌려 보완하는 식습관도 생겼다. 또한 1970년대 중·후반 사료 급여 기술 향상과 거세 등 사양 관리로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크게 줄어들자 양념 없이 생고기를 바로 구워 먹는 삼겹살 문화가 가능해졌다.

 

(3) 마케팅과 외식 트렌드

1990년대 들어 냉동 대패삼겹살부터 숙성 삼겹살, 볏짚 훈연 삼겹살, 연탄불 삼겹살 등 다양한 조리법과 콘셉트의 메뉴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에는 제주 흑돼지 등 프리미엄 삼겹살과 두툼하게 썬 통삼겹살 구이가 유행하면서 삼겹살도 고급화·차별화 흐름을 탔다. 삼겹살과 어울리는 밑반찬과 소스(예를 들면 명이나물 장아찌나 고추냉이 간장 소스 등)도 개발되어 맛의 다양성이 더해졌다. 2003년부터 시작된 ‘삼겹살 데이’(매년 3월 3일) 프로모션과 지역별 삼겹살 특화거리 조성 등 업계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삼겹살 소비문화 정착을 가속했다.

 

(4) 사회문화적 역할

삼겹살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회적 유대와 스트레스 해소의 상징 역할을 했다. 회식 자리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을 앞에 두고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털어놓는 대화는 동료들 간의 끈끈함을 다지는 장이 되었다. 가족 모임이나 야유회, 각종 이벤트에서도 삼겹살 파티는 빠지지 않을 만큼 “함께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공동체적 즐거움이 삼겹살 인기의 숨은 힘이었다.

 

 

4. 변화하는 사회 : 삼겹살 인기 주춤의 이유

 

최근 들어 수십 년간 부동의 1위 고깃거리였던 삼겹살의 위상에 다소 변화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예전만큼 삼겹살이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모습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그 배경에는 사회 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가 깔려 있다. 첫째, 직장 회식 문화의 변화가 큰 요인이다. 과거에는 “회식=삼겹살에 소주” 공식이 당연했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회식 문화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회식 자체가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며, 설령 회식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늦게까지 고기를 구워 먹으며 폭음하는 자리는 드물어졌다. 젊은 직장인들은 과도한 술자리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적당히 마시는 절주 문화가 확산하였다. 예전처럼 단체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주잔을 비우는 광경이 줄어들면서 삼겹살 소비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주류 트렌드의 변화도 삼겹살 인기 둔화에 한몫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1990년대까지만 해도 25도 독한 소주와 삼겹살이 황금 궁합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시중 소주의 도수가 16도 내외의 순한 술이 주류가 되었다. 도수가 낮아지면서 삼겹살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털어주는 효과가 예전만 못하고, 젊은 층은 소주보다 맥주나 하이볼 등 덜 자극적인 술을 선호하는 추세다. 소주의 변화는 단순한 음주 습관의 차이를 넘어 삼겹살과 어울리는 식문화의 변화를 뜻한다. 예컨대 도수가 낮은 술이나 과일향 소주에는 기름진 삼겹살보다는 치킨이나 가벼운 안주가 더 잘 어울린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과거 독한 소주와 짝을 이뤘던 삼겹살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젊은 세대의 선호도도 예전만 못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소비 성향의 개인화와 대체 메뉴의 다양화다. 과거 삼겹살은 가격이 싸고 누구나 좋아하는 무난한 선택지였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각자 취향을 더 중시한다. 2030 세대 젊은 소비자들은 회식이나 외식 자리에서 새로운 조합이나 독특한 메뉴를 선호하고, 꼭 삼겹살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미식 옵션을 찾아 나선다. 여전히 회식 메뉴 선호도 1위는 삼겹살이지만, 그 비중은 예전처럼 압도적이지 않고 해산물이나 치킨, 양식 등으로 취향이 분산되고 있다.

 

실제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회식 메뉴로 삼겹살을 선택한 응답 비율이 83%에서 이후 68%로 떨어진 반면 해산물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인의 건강 중시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삼겹살은 칼로리가 높고 지방 함량이 많은 만큼 많이 먹으면 부담이 되는데, 건강과 다이어트에 민감한 젊은 층일수록 고기를 먹을 때도 기름기 적은 부위나 담백한 육류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삼겹살의 ‘지방=맛’ 공식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목살이나 닭가슴살, 혹은 해산물 등 대안 메뉴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기에 가격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서민 음식이었던 삼겹살은 이제 “금겹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가격이 많이 올랐다. 돼지고기 수급 불안과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삼겹살 소매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1인분에 2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흔해졌다. 물론 삼겹살은 여전히 소고기보다 저렴하지만, 소비자들 인식 속에서 이제는 마음 놓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헐값의 고기는 아니다. 가격에 민감한 젊은층 사이에서는 차라리 회삿돈으로 질 좋은 소고기나 회를 먹는 회식을 선호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한편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무한 리필 삼겹살집으로 몰리며 “많이 먹기”로 비용 부담을 상쇄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처럼 삼겹살의 가격 메리트 감소는 소비 둔화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국내산 삼겹살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싸지자, 어려운 자영업 환경 속에서 많은 음식점이 값싼 수입 삼겹살로 원재료를 대체하는 추세다. 일반 소비자들도 맛과 가격만 괜찮다면 굳이 원산지를 따지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는 국내 양돈농가에는 위기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삼겹살에 대한 집착이 예전보다 줄었음을 보여주는 변화라 할 수 있다.

 

5. ‘더 맛있는 돼지고기’ 시대 : 삼겹살의 미래 전략

 

이제 삼겹살의 시대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과거처럼 무작정 생산량을 늘려 값싸게 파는 양적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품질 향상과 새로운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춘 질적 성장 전략이 요구된다. 2025년을 기점으로 한돈산업 전반에는 “더 맛있는 돼지고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나는 “지금은 배고픔의 시대가 아니라 탐식(耽食)의 시대”라며 소비자들이 이제는 진짜로 맛있는 고기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삼겹살이 앞으로도 한국인의 사랑을 받으려면 삼겹살 자체가 더욱 맛있어지거나, 삼겹살보다 더 매력적인 돼지고기 부위나 조리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삼겹살 소비 트렌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 조리법의 혁신과 다변화

이제 삼겹살=구이 일변도의 공식을 탈피하여 삼겹살을 새로운 요리 재료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샤브샤브용 삼겹살은 얇게 썬 삼겹살을 뜨거운 국물에 살짝 익혀 담백하게 즐기는 방식으로, 끓는 육수에 기름기가 어느 정도 빠져 비교적 가볍게 맛볼 수 있다. 일본식 샤부샤부나 중국식 훠궈(전골)에서도 돼지 삼겹살을 활용한 메뉴가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데, 한국식 샤브샤브 전문점에서도 돼지고기 삼겹살을 전면에 내세우면 색다른 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태국에서 유래한 무카타(MOOKATA)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무카타는 한국식 불고기판과 중국식 훠궈를 합쳐 놓은 듯한 태국식 BBQ-핫팟 요리로, 돔 형태의 불판 윗부분에서 고기를 굽고 가장자리 육수에 채소와 어묵 등을 넣어 동시에 익혀 먹는다. 이 요리의 주재료로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이 많이 활용되는데, 바비큐 풍미와 국물 요리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젊은 세대의 이색 데이트 메뉴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도 몇몇 태국식 무카타 식당이 생겨나 인기를 끌고 있어, 삼겹살을 색다르게 즐기는 이러한 방식이 향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태국의 무카타 불판은 우리나라의 서울식 불고기판과 많이 닮았는데 1963년 태국으로 서울식 불고기판 1000개가 수출된 기사가 있는 걸 보면 서울식 불고기가 무카타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이 주장은 그러나 태국 내에서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2) 프리미엄화와 품질 혁신

삼겹살 자체를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한 돼지고기 품질 향상 노력도 중요하다. 최근 친환경 인증을 받은 한돈 브랜드 삼겹살이 출현하고, 웻에이징(습식 숙성)이나 드라이에이징(건식 숙성)처럼 고급 숙성 기법으로 풍미를 끌어올린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제 돼지 품종 개량도 예전처럼 오로지 사육 효율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버크셔·두록 등 풍미가 뛰어난 종돈의 특성을 살려 ‘맛있는 돼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이미 일부 농가에서는 버크셔 계통의 흑돼지 등 품종 고유의 장점을 살린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런 고기는 마블링이 풍부하고 육즙과 향미가 좋아 삼겹살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구워도 뛰어난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양돈산업은 무한정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도축 체중이나 등지방 두께 등의 사육 지표를 맛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질 좋은 고기=한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확고히 심어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소비자들 역시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숙성 삼겹살이나 지역 특산 흑돼지 삼겹살 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경향을 보여 삼겹살의 고급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3) 새로운 페어링과 경험 제공

삼겹살을 둘러싼 식문화 전반을 새롭게 디자인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삼겹살에 고추냉이를 곁들이는 조합이 인기를 끌자, 기존 쌈장에 고추냉이 풍미를 더한 새로운 소스가 출시되기도 했다. 또 일부 레스토랑이나 펍에서는 삼겹살과 와인 또는 크래프트 맥주의 색다른 페어링을 제안함으로써, 삼겹살을 이제는 기름진 소주 안주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미식 경험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음식점 인테리어도 캠핑장 감성이나 복고풍 한옥 스타일 등을 도입해 “삼겹살 먹는 경험” 자체를 엔터테인먼트화하는 추세다. 아울러 1인 가구 증가와 홈쿡 트렌드에 맞춰 캠핑·홈파티용 삼겹살 밀키트나 캔 삼겹살 같은 이색 가공식품도 등장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삼겹살을 혼자서도 간편히 즐기거나 선물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삼겹살 소비층을 한층 더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4) 지속 가능성과 이미지 제고

미래의 돼지고기 산업에서는 환경과 동물복지 이슈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국내 한돈산업도 친환경 사육과 탄소 발자국 저감 등의 노력을 통해 “착한 돼지고기” 이미지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곧 삼겹살에 대한 인식 개선과도 연결된다. 과거 삼겹살이 지나치게 지방이 많다고 비판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삼겹살 지방에는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B군 등 유익한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점도 알려져 있다. 적정량의 삼겹살 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과학적 정보 제공과 함께, 돼지고기 생산의 투명한 과정을 홍보한다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삼겹살을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식문화가 지속될 것이다.

 

6. 결론 : 삼겹살의 새로운 도전

 

우리는 지금 삼겹살 문화의 변곡점에 서 있다. 지난 40여 년간 한강의 기적과 함께 달려온 삼겹살은 이제 예전처럼 값싸고 흔한 고기가 이제는 아니다. 사회 구조는 개인을 중시하고, 소비자는 늘 새로운 맛과 경험을 찾아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이 지닌 풍부한 풍미와 다 함께 둘러앉아 구워 먹는 즐거움이라는 고유한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며, 여전히 한국인들의 소울푸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변화한 시대에 맞춰 삼겹살을 더욱 맛있고 다채롭게 진화시키는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돼지고기 잔치가 마을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었듯, 미래에는 새롭게 진화한 삼겹살 요리가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삼겹살 샤브샤브, 무카타, 삼겹살 스테이크와 같은 새로운 조리법의 개척, 지속적인 품질 향상과 브랜드화, 그리고 변화된 회식 및 외식 문화에의 유연한 대응이 뒷받침된다면 “더 맛있는 돼지고기 시대”는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삼겹살의 어제와 오늘을 디딤돌 삼아 내일을 준비하는 한돈 산업의 노력에 따라, 2025년 이후에도 삼겹살은 한국인의 식탁 위에 혁신적인 모습으로 계속 자리할 것이다. 맛의 탐구와 문화의 융합으로 이루어질 삼겹살의 다음 장이 기대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8월호 101~108p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