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덥다. 조금 더운 것이 아니라 진짜 진짜 덥다.”
아열대 현상으로 우리나라의 뚜렷한 4계절은 여름이 길고 겨울이 짧은 2계절로 점점 바뀌고 있다. 제주도에서 재배 가능한 열대 과일들이 전라남도나 경상남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지고 청송, 충주나 문경에서 많이 생산되던 사과가 강원도에서도 생산이 가능해진다. 더불어 바다의 고기들도 잡히던 지역에서 점점 북상하여 잡히는 등 이상(異常) 계절이 이렇듯 지구가 점점 더 온난화되어 가다니… 라떼는 선풍기나 부채 바람으로도 온 가족이 여름을 이겨 내었는데 이제는 에어컨이 없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더우면 고기이든 맛있는 밥이든 식욕을 떨어뜨려 덜 먹게 된다. 그러면 고기 소비도 당연히 감소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를 않으니… 여름 휴가 때 준비를 꼭 해가는 것이 고기들이다. 가져가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구워 먹거나 삶아서 수육으로 먹거나 밥을 먹을 때 고기가 없는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식당에 가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특히 고기를 구워 후식으로 물냉면이나 비빔냉면이랑 함께 먹으면… 우와 생각만 해도 필자의 입에는 지금 침이 고이게 된다.
그러나 돼지들은 어떨까? 과거보다 농장 시설이 엄청나게 좋아졌다지만 땀구멍이 퇴화해서 더우면 숨을 가쁘게 헐떡거리며 먹지를 못한다. 돼지들은 먹어야 크는데 먹지를 못하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출하체중은 뒷전이다.
며칠 전 출하체중 평균이 99kg, 100kg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들었다(헉 큰일이다). 뒤에서 올라오는 후배(?) 돼지들의 압력에 의해 제대로 크지도 못한 채 소비자들의 식탁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적정 출하체중 및 출하두수 부족으로 여름에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계속 올라간다. 올해 2025년에는 지육 kg당 7,000원 이야기도 심심찮게 예상된다고 고기를 좀 아는 분들의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장들은 돼지 시세 상승으로 좋을 것 같지만 출하두수가 얼마 되지 않아 작년 겨울을 잘 보내고 성적이 아주 우수한 일부 극소수 농장들만 혜택을 볼 뿐 크게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것 같다(돼지 시세가 낮은 것보다는 당연히 좋겠지만 말이다).
육가공업체들은 돼지 시세가 높으면 농장들의 환호성과 반대로 비명을 지르는 비통함으로 힘이 든다(지육 판매를 하시는 육가공업체는 아니겠지만…). 가격이 높은 시세로 구매하여 가공하고 이익을 붙여 팔면 간단하다. 이렇게 하면 얼마나 쉬울까? 소비자들이 국내산 한돈을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란 게 있기 때문에 판매하는 데 상당한 애로 사항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가격으로는 재고가 쌓이게 된다. 그렇다고 들어간 비용을 무시하고 팔 수는 없는 사항이고… 난감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엄청 단순하다. 돼지 시세가 점점 내려가는 늦가을부터 조금 더 이익을 남기기로 하고 돼지 시세가 높을 때는 “박리다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당이나 마트에서도 똑같이 “박리다매”하는 것이다. 특히 식당은 민생을 살리는 의미로 최근 키오스크, 로봇 서빙 등등으로 절감한 비용을 이익으로 전부 가져가려고 하지 말고 소비자들을 식당으로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할 수 있도록 1인분 가격을 내리는 것도 좋지만 육가공업체들의 재고 선순환을 위해 고기를 많이 주는 것이다. 구이용, 수육용, 김치찌개용, 제육볶음용, 편육, 돈가스, 족발 등 SNS에 가성비 좋다는 식당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대(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이다.
2. 그러면 식당들도 그럴 것이다. 인건비 등을 줄였지만 임대료는 어떻게 내냐고? 해결할 방법이 있다.
임대료를 적게 받는 착한 건물주는 지자체에서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도 하고 “착한 건물”이라는 팻말도 제작하여 건물에 걸게 한다. 또한 세제 혜택도 줄 수 있으면 더욱 좋은 방법이다(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분위기를 한번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러한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 돼지고기를 먹으려고 식당에 자주 갔다(솔직하게는 원고를 쓸려고 ㅎㅎ). 생각보다 나오는 반찬이 너무 많았다. 계산하고 나올 때까지 젓가락, 숟가락 한 번 가지 않은 반찬이 너무 많았다. 기본 반찬 중 거의 먹지를 않는 반찬은 과감하게 빼면 된다. 정말 테이블 위가 허전하다고 생각하면 고기를 많이 주면(필자의 최애 반찬 : 계란찜만 주시고…) 만사 오케이다(음식물 쓰레기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또한 식당에서 주변을 좌우 눈을 돌려가며 관찰해보면 젊은 소비자들은 채소를 거의 잘 먹지를 않는 것 같다. 반면에 건강을 많이 생각하는 중장년 소비자들은 채소를 리필하면서 아주 많이 먹는다(필자도 후자임). 그래서 기본으로 공급하지 말고 한쪽 테이블에 셀프채소 코너를 설치하고 채소가 필요한 소비자들에게는 1인당 1,000~2,000원의 금액을 받고 주면 식당에 오신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키지 않을까?(필자의 딸은 찬성한다. 엄지척! 고기를 많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이 살아나려면 소비자들의 발길이 많아야 한다. TV에서 민생을 살리자고 하면 뭐하나 말로만 하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정부, 지자체, 농장, 육가공업체, 마트, 식당 등 모두 합심하여 소비자들이 돈도 많이 벌고 또한 소비도 많이 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면 “진짜 대한민국”은 자꾸만 뒷걸음치게 될 것 같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7월호 97~99p 【원고는 ☞ jjhpak0420@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